[東日本 대지진]도쿄까지 번진 ‘核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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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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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日 탈출 러시… 비행기표 못구해 공항 노숙

김창원 특파원
김창원 특파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외벽의 잇따른 폭발로 방사성 물질 누출 공포가 확산되면서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반경 20km 이내 거주민 8만여 명이 대피를 완료했다.

이날 후쿠시마 국제공항은 노숙인 수용소를 방불케 했다. 항공권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로비와 복도 곳곳에 담요를 깔고 앉아 있었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사람들도 수백 명에 이르렀다. 오사카로 향하는 비행기를 몇 시간째 기다리고 있던 뉴질랜드 출신 영어교사 레베카 시어러 씨(23)는 “이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다 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후쿠시마 국제공항에서는 삿포로행 4편, 오사카행 11편, 도쿄행 2편 등 총 17편의 항공기가 이륙했다.

원전지역 근처에 있는 도로도 다른 지역으로 벗어나려는 차량으로 붐볐다. 주유소는 더욱 복잡해 기름을 채우려면 1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14일 밤 후쿠시마에서 빠져나온 호주 출신 영어교사 칸디스 래번 씨(24)는 “처음에는 단순한 콘크리트 균열일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언비어들이 퍼지고 공포가 확산돼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9시 현재 원전 반경 20km 이내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은 14만여 명. 당국은 아직도 원전 직원 50여 명이 마스크와 특수 복장을 한 채 원자로에 물을 주입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원전 사고에 대한 공포는 일본의 심장부 도쿄에도 몰아쳤다. 정부는 방송을 통해 “인체에는 별 영향이 없는 수준”이라며 안심시키고 있지만 세계에서 유일한 피폭 국가인 일본이기에 원전에 대한 공포와 관심은 더욱 크다. TV 생방송도 절반 이상을 원전 소식을 전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원전 격납고가 폭발하기라도 하면 도쿄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쿄 거주 외국인들 상당수가 일본을 떠나고 있다. 도쿄 소재 국제학교가 대부분 휴교에 들어가면서 아내와 자녀를 귀국시키는 주재원이 늘고 있다. 이날 오후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간 이모 씨(44)는 “지진은 튼튼한 실내에 주로 머물면서 대비를 잘하면 견딜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방사성 물질이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아이를 위해서라도 도쿄에 남아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내 대피를 위해 생수, 초콜릿, 빵, 라면 등의 음식물은 이미 동이 난 상태다. 도쿄 시나가와 출입국관리소는 재입국 허가증을 받으려는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하루 종일 붐볐다. 정모 씨(48)는 “아침 일찍 출입국관리소에 갔지만 일본을 빠져 나가려는 외국인이 너무 많아 오전 중에 겨우 접수만 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쿄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구하기도 힘들어지고 있다. 하네다공항 관계자는 “내일도 좋고 모레도 좋으니 가능한 한 가장 빠른 표를 달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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