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주변뿐 아니라 인접 지역에서 높은 수치의 방사선이 검출되면서 현지 주민들의 방사선 피폭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도쿄 옆 사이타마 현과 가나가와 현 등 사고지역에서 먼 곳에서마저 각각 정상수치 40배와 9배나 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일본 전역이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15일 폭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서 계측한 방사선 수위는 시간당 400mSv(밀리시버트)까지 올라갔다. 평상시보다 수천 배 늘어난 것이다. 가나가와 현에서는 일시적으로 정상의 9배에 달하는 방사선량이 측정됐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방사선량은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임상무 핵의학과장은 “현재까지 상황으로 봐서는 사고현장 근처에 투입된 인력들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미 대피한 주민과 다른 지역에는 위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임 과장은 “400mSv는 갑상샘암 환자 치료 때 쬐는 방사선 수준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최악의 사건이었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주민들을 이전시킨 기준은 350mSv였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갑상샘암 환자가 크게 증가하긴 했지만 이들은 대부분 원전 폭발의 피해를 직접 받은 지역에 사는 어린이나 젊은이들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일본 원자력발전소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대중에 미치는 건강위험도는 최소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레고리 하틀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현재 일본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은 아주 적은 양이며 비록 노출됐더라도 큰 위험은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과 인근 대피센터에 요오드제 23만 병을 배포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 전했다. 하지만 아직 요오드제를 주민들에게 투약한 것은 아니며 예방 차원에서 배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IAEA 역시 14일 “후쿠시마 원전이 제2의 체르노빌 사태로 커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IAEA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두 원전은 시설과 구조부터 다르다”고 전제한 뒤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는 지진이 강타한 뒤 자동적으로 차단됐고 방사성 물질 같은 연쇄반응은 없다”고 강조했다. 체르노빌 때는 격납용기가 없어서 폭발이 일어나자 원자로 노심이 대기에 직접 노출돼 막대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 하지만 이번 2호기는 격납용기 전체가 파괴되거나 외벽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 정부가 상황을 안정시키지 못한다면 전면 노심용융 또는 재난에 가까운 방사성 물질의 누출까지 갈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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