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폭발과 방사성 물질 확산이 계속되면서 원전 중심의 한국 에너지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16일 정부가 원전확대 정책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녹색연합 등 30여 개 환경단체도 이날 “위험한 핵 발전 확대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 제동?
정부는 “원자력 에너지는 지구온난화를 막는 저탄소 녹색에너지”라며 원자력 에너지 확대정책을 펼쳐 왔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1978년 4월 국내 최초의 원전인 고리 원전 1호기가 가동된 후 16일 현재 부산 고리원자력본부(5기), 경북 월성원자력본부(4기), 전남 영광원자력본부(6기), 경북 울진원자력본부(6기) 등 전국에서 총 21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 5위의 원전 보유국. 전체 전력 소요량의 30% 이상(약 1474억 kWh)을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21기인 원전을 35기로 늘려 원전 비중을 48.5%로 높이는 ‘5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0∼2024년)을 발표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현재 신고리 원전 2호기(부산 기장군), 신월성 원전 1, 2호기(경북 경주시 양북면), 신고리 원전 3, 4호기(울산 울주군), 신울진 원전 1, 2호기(경북 울진군)가 건설되고 있다. 또 신고리 원전 5, 6호기(울산 울주군), 신울진 원전 3, 4호기(경북 울진군)가 건설 준비 단계에 있어 앞으로 원전 13기가 늘어난다. 강원 삼척시, 경북 영덕군, 울진군은 신규 원전 유치를 신청해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폭발로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반대 여론이 커졌다. 삼척 영덕 울진에서는 원전 유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이들 지역에서 유치 반대 의견이 많아져 정부가 현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신청을 취소하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독일은 14일 원전의 가동시한을 연장하는 계획을 3개월 유보하기로 했다. 스위스는 15일 낡은 원전을 새 원전으로 교체하는 계획을 보류했다.
○ 대안에너지라는 원자력의 대안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찬반 논란은 크게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효율적인지 △원자력이 녹색에너지인지 △원전의 위험성이 크다면 대안은 무엇인지 등으로 나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원자력 에너지가 온실가스를 내뿜지 않아 친환경 에너지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이산화탄소보다 환경에 훨씬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 원자력발전 시설이 북한에 폭격당할 경우 한반도 일대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정부는 기존 에너지 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석유 등 화석에너지가 고갈되는 데다 태양열 등 대체에너지는 대용량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없다는 것. 또 생산단가도 비싸 전기요금 상승 등 사회적 부담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론 원자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원자력 확대 찬반’에 앞서 현재처럼 값싼 전기에너지 공급정책을 계속 유지할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근대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은 “현재처럼 값싼 전기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을 포기한다면 원전 확대 정책을 접을 수 있다”며 “하지만 전기에너지는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받길 원하면서 원전은 위험해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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