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와 4호기 건물 윗부분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가 대기 중에 완전히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방사성 물질 대량 누출 위기에 처했다. 냉각장치 고장으로 수조의 물이 증발함에 따라 사용후핵연료가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16일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가 공기에 노출됐을 수 있다”며 “핵분열 연쇄 반응 가능성이 ‘0’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4호기 윗부분에 난 8m짜리 구멍으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가스가 이미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내부에 있는 우라늄-235는 중성자를 만나 ‘붕괴’되면서 열을 낸다. 이 중성자는 다른 우라늄과 만나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방사성 물질이 쏟아져 나온다. 핵분열 연쇄반응은 원자력발전은 물론 원자폭탄의 원리다. 사용후핵연료는 우라늄 농축도가 낮아 핵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격벽용기 속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방사성 물질이 바로 대기로 날아갈 수 있다.
15일 폭발한 4호기는 16일 오전 5시 45분께 다시 화염에 휩싸였다. 불길은 30분 이내에 잡혔다. 이 화재 역시 냉각수 부족에 의한 것이다. 냉각수 부족으로 이날 4호기가 계속 냉각이 되지 않으면서 결국 수조 내의 사용후핵연료에서 핵반응이 시작된 것이다. 수조에는 연쇄반응을 제어하는 물질이 있었지만 냉각이 되지 않으면서 열에 녹아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핵분열로 인해 열기가 강화되고 수조의 물은 더욱 빠르게 증발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후핵연료가 결국 대기에 노출되면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일본 정부는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고압호스를 이용해 붕산이 포함된 물을 살포했다. 붕산은 우라늄과 반응하는 중성자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연쇄반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16일 오전 10시경 3호기에서도 흰 연기가 발생했다. 4호기와 마찬가지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해 놓은 곳이다. 3호기의 수조 냉각을 위해 자위대가 헬기를 동원해 물을 붓는 온도 낮추기 작업을 실시하려 했으나 방사선량이 50mSv(밀리시버트) 이상으로 많아 작업을 단념했다. 14일 이미 폭발해 지붕이 파손된 3호기에서 사용후핵연료봉이 녹으면 방사성 물질이 바로 대기 중에 퍼지게 된다.
한편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5일 폭발한 2호기 격납용기 파손으로 핵연료봉이 들어 있는 원자로 노심 부위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핵연료 손상량은 5% 이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 사용후핵연료 ::
원자로에서 일정 기간 사용하고 빼낸 핵연료를 말한다. 이렇게 빼낸 연료는 방사능이 높고 핵분열생성물로부터의 붕괴열도 크기 때문에 방사능을 줄이고 열기를 냉각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에 수년간 저장된다. 사용된 후에도 남아있는 플루토늄-239와 우라늄-235 등 방사성 물질은 핵분열해 높은 열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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