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증기 폭발 등 최악의 상황 없이 끝나더라도 방사성 물질에 의한 피해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해수 공급이 수개월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핵연료는 원자로가 가동을 하지 않아도 내부에서 핵분열을 계속한다. 핵분열이 줄어들더라도 붕괴열이 남아 있기 때문에 5년 이상 수조 안에 보관해 냉각시켜야 한다. 이번에 4호기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수조로 공급되는 냉각수가 중단돼 온도가 높아지며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다른 원자로에 남아 있는 핵연료도 당분간 분열을 계속하기 때문에 냉각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제무성 교수는 “원자로 가동이 중단된 후 한 달쯤 지나도 열이 1% 정도 남아 있는데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면 다시 핵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며 “길게는 수개월 동안 해수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잔열이 사라져 추가 폭발 가능성이 줄어들면 원자로의 방사선량을 조사해 처분 방식을 정하게 된다. 방사성 물질이 핵연료 용융 때만큼 계속해서 다량 누출되면 체르노빌 원전처럼 원자로를 콘크리트 구조물로 차폐해야 한다. 1986년 4월 26일 대폭발이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은 그해 11월 가로세로 100m, 높이 165m 크기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 ‘석관’으로 덮어 폐쇄됐다. 또 원전을 중심으로 반경 30km까지 출입통제 구역이 됐다.
방사선량이 줄어들 경우에는 독성을 제거한 뒤 원전 구조물을 해체하는 ‘제염(除染)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김홍태 책임연구원은 “건물 벽이나 격납 용기 등 시설물 표면에 있는 방사성 물질을 종이나 천으로 닦아낸 뒤 방사선이 방출되는 부분은 해체해서 폐기물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사성 물질을 닦은 천이나 오염돼 떼어낸 콘크리트 조각 등은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된다. 원자로에 남아 있는 핵연료나 수조에 있던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된다. 일본에서는 방사성 폐기물을 유리로 된 차폐 용기에 넣어 지하 300m 이상 깊이의 암반에 저장한다.
문제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차폐를 하거나 제염 해체를 할 때 작업자들이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완전히 차폐가 될 때까지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노출돼 피해가 지속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