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기 연료봉 노출 추정… 예상보다 상황 심각
4호기 은빛 반짝… 수조에 남은 물 반사된 듯
“예상한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18일 후쿠시마 원전을 상공에서 촬영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 동영상은 도쿄전력 관계자가 16일 오후 4시 일본 자위대 헬기에 동승해 촬영한 것이다. 이를 본 국내 원전 전문가들은 당초 상상한 것보다 원전 피해 규모가 훨씬 심각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지붕이 날아가 앙상하게 남은 3호기의 격납건물은 그나마 남아 있는 뼈대들마저 여기저기 부서져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수소폭발의 잔해가 격납건물 내부에 어지럽게 흩어져있었다. 뻥 뚫린 건물 위로는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강현국 교수는 “고온의 원자로에 물이 닿아 수증기가 대규모로 생성된 것”이라며 “수증기에 방사성 물질이 섞여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3호기가 가장 심각하다. 원자로 안에 물이 없어 노심이 노출되면서 고온이 된 것 같다”며 가장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곳으로 꼽았다. 실제로 도쿄전력은 이곳부터 냉각수 주입 작업을 벌였다.
옆에 있는 4호기는 3호기보다 상태가 나아 보였다. 직육면체 건물의 모서리조차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철골이 훼손됐던 3호기에 비해 4호기는 건물 윗부분에 구멍이 뚫렸지만 구조는 남아 있었다. 건물 외벽 옆면에 뚫린 8m 정도의 구멍으로 훼손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여기저기 연기가 올라오고 콘크리트가 가루처럼 부서져 있는 상황에도 한 줄기 빛이 보였다. 4호기 구멍 사이로 은색 빛이 반짝인 것이다. 도쿄전력은 이 빛이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저장수조에 있는 물이 반사된 것으로 추측했다. 4호기는 저장수조에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 사용후핵연료가 공기 중에 노출돼 연쇄 핵분열이 일어났을 것으로 예상됐던 곳이다. 그레고리 재스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은 16일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봉을 보관하던 수조의 물이 없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제 교수는 “지금 4호기 저장수조에서 연쇄 핵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은 ‘제로’로 본다”며 “3, 4호기는 전력 시스템이 서로 연결돼 있어 4호기에 전력 공급이 시작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은 총체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항공 촬영만으로 어느 원자로가 더 나은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또 “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 물이 있다면 오히려 대규모 수소폭발 발생 위험이 커진다”며 “일본 정부는 냉각수 존재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를 키우기보다 상황 진압 실패를 인정하고 콘크리트 등으로 방사선 차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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