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시된 서방 연합군의 리비아 공습 성격을 놓고 서방국가들과 반미진영 간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엔과 서방국가들은 유엔이 인정한 ‘시민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R2P)’ 개념에 근거한 정당한 공격이라고 주장하지만 반미진영에서는 석유를 뺏기 위한 전쟁일 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R2P는 한 국가 안에서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비인도적 범죄 등이 발생했을 때 시민 보호를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2005년 9월 제60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됐으며, 이번 리비아 사태에 대한 안보리 결의안 1973호가 이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서방 측은 이번 공습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학살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미군 주도 서방 연합군이 2003년 이라크를 공격했을 때와는 정당성이 비교도 안 될 만큼 크다는 게 서방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지배적 시각이다.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을 ‘미국의 이슬람 탄압’이라는 관점에서 집중 보도했던 알자지라 방송이 리비아 사태와 관련해서는 반군을 사실상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나, 아랍국가인 카타르가 연합군에 합류한 것도 리비아 내전의 본질이 민주화 세력에 대한 독재정권의 학살임을 입증한다는 것이 서방의 주장이다.
반면에 반미진영은 이라크전과 마찬가지로 결국 ‘석유 전쟁’일 뿐이라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카다피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어온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0일 서방의 리비아 공습을 “미친 제국주의”라고 성토하며 “미국이 원하는 것은 리비아의 석유”라고 주장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서방국가들의 궁극적인 관심은 리비아 석유에 대한 통제권”이라고 비난했다.
아랍 일부 언론도 서방을 향한 비난에 가세했다. 알제리 일간 엘카바르는 20일 사설에서 “국제사회가 군사개입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리비아 석유를 차지하려는 경쟁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모로코 일간 아사바도 “이번 작전의 주된 동기는 서방국의 이익이며 석유가 이를 부채질했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랍권의 여론이 악화되자 당초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청했던 아랍연맹은 20일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시민들을 보호하는 것이지 시민들에게 폭탄을 안기는 것이 아니다”며 공습에 대해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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