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사용후핵연료봉을 냉각시키기 위해 연일 대규모 살수작업이 이뤄지면서 ‘인공강우’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댐 근처에 구름이 지나갈 때 인공강우를 만들어 물을 확보하는 등 이 분야에서는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인공강우는 수증기가 모여 있는 구름에 요오드화은이나 염화칼슘과 같은 ‘씨앗’을 분사해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구름 속으로 들어간 씨앗 주위로 수증기가 붙으면 주변의 찬 공기로 인해 얼음 알갱이로 성장한다. 무거워진 알갱이는 비가 되어 떨어진다.
후쿠시마 원전 상공에 대량의 인공강우를 만들어 비가 내리도록 하면 자연냉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게 많은 사람의 궁금증이다. 하지만 인공강우 작업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온도와 습도, 풍향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높은 기술력을 가진 선진국들도 성공률은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또 인공강우는 수증기를 포함한 적절한 구름이 있어야만 가능해 막대한 예산에 비해서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우리나라도 국립기상연구소를 중심으로 1995년 3월부터 가뭄 해소와 수자원 확보를 목표로 인공강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인공강우 실험 성공률은 약 40%로 지난해 총 9차례의 실험 중 4번의 인공강우 효과를 봤다. 실패 확률이 높은 데다 정확하게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 비를 뿌리게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일각에선 방사성 물질 오염이 우려되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 도시에 미리 인공강우를 뿌려 대도시의 피해를 줄이자는 의견도 있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사용했던 방식이다.
체르노빌 사고 때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환경담당 고문을 지낸 알렉세이 야블로코프는 21일 “일본은 주변국과 협의해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구름을 타고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인공강우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구름이 인근 대도시 또는 인접국 대도시에 비를 뿌리면 방사능 문제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호 국립기상연구소 수문자원연구팀장도 “인공강우는 대기 중 방사성 물질의 확산을 막을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다”며 “인공강우가 시도된다면 국제 공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