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원자력발전소 폭발을 경험한 주민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트라우마)’가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원명 가톨릭대 의대 신경정신과학교실 교수는 22일 “쓰나미를 직접 눈앞에서 본 일본인 과반수가 자주 악몽을 꾸거나 작은 소리에도 잘 놀라는 등의 PTSD 초기 증상을 앓을 것”이라며 “특히 성인보다 충격을 감당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가 PTSD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국제 아동구호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에 따르면 이번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거나 집이 없어져 이재민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는 약 10만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과학학술지 ‘네이처’ 최근호에 따르면 같은 충격을 경험하고도 남성보다 여성이 PTSD에 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에머리대 신경정신행동과학과 케리 레슬러 교수팀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신호를 감지하는 수용체(CAP1)를 만드는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여성은 PTSD에 걸릴 확률이 4배 정도 높다”고 밝혔다. 반면 남성은 이런 변이가 있어도 별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이 수용체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영향도 받는다고 설명했다. PTSD를 앓는 사람이 민감하고 불안해하는 이유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적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PTSD는 초기에 빨리 진단하고 대응할수록 치료가 잘된다”면서 “원전 복구, 구호물자 수송과 함께 의료진을 파견해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트라우마) ::
PTSD는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나 원전 폭발, 교통사고 등을 경험한 사람들 가운데 10∼20%가 걸리는 정신질환으로 사건 후 공포감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