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원전 1,2호기 ‘안심못할 상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3일 16시 17분


3호기는 복구 진척

방사성 물질을 대량 방출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 전력이 다시 공급되고 주 제어실(MCR) 일부 기능이 복구되면서 원자로 내부 상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23일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따르면 1호기는 원자로가 과열된 것으로 나타났고, 2호기 내부의 방사선량 수치가 아직 높고 주요 기기가 심하게 고장 난 것으로 드러났다.

1호기는 복구가 시급하고, 2호기는 복구 작업조차 쉽지 않다는 의미다.

우선 문제는 1호기다. 23일 오전 0시 현재 1호기 압력용기의 바깥쪽 온도는 아래쪽이 399℃, 위쪽이 392℃로 설계온도(302℃)를 100℃가량 초과했다. 원래 압력용기 내부의 운전 시 온도는 약 280℃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었을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압력용기 바깥쪽 온도가 약 400℃라는 정보만 가지고 원자로 내부의 연료봉 상태까지 짐작하기는 어렵다. 국내 한 전문가에 따르면 우라늄을 싸는 피복재는 쇠로 이뤄져 있어서 1200℃(2200 ℉)에서 녹기 때문이다. 그 안의 우라늄은 3000℃ 이상에서 녹는다.

일반적으로 압력용기 바깥이 300℃라면, 피복재는 500℃, 우라늄은 1000℃로 추정한다. 압력용기 바깥의 온도가 400℃라면 내부는 아직 버틸만할 수도 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압력용기 바깥쪽 온도가 400℃라면 안쪽에 일시적으로 물이 없기는 해도 핵연료가 녹아서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은 상태일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상 온도 범위를 벗어난 것은 확실한 만큼 원자로 내부에 물을 넣어 냉각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때 원자로 내부의 압력이 갑자기 올라가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2호기 상태도 심각하다. 일본 측은 애초 격납용기가 일부 손상된 2호기의 전기 복원을 가장 서둘렀고, 이에 따라 주제어실 복구도 가장 앞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3호기 쪽이 앞섰다.

이를 두고 원자력안전.보안원은 23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2호기의) 내부가 상당히 침수가 돼있고, 상태가 아주 좋지 않다"며 "방사선량도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원자로 압력용기의 바깥쪽 온도는 105℃ 정도로 낮은 편이지만, 복구 작업이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KAIST 정 교수는 "2호기 온도를 볼 때 원자로 내부에 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아직은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3호기는 예상보다 빨리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2일 밤 1¤4호기 중 가장 먼저 주제어실 조명을 복구한데 이어 23일에는 급수펌프의 시운전을 하고, 24일에는 정식 가동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국내 전문가에 따르면 일본 측이 말하는 급수펌프는 한국처럼 가압형 경수로(PWR) 방식 원자로의 '원자로 냉각재 펌프'(RCP)에 해당하는 것이다. 비상노심냉각계통(ECCS)이 비상 펌프라면 RCP는 원래 원자로를 냉각하는 목적으로 쓰이는 일반적인 펌프다. 이를 돌릴 수 있다면 일단 3호기는 원자로의 온도와 압력을 크게 떨어트릴 수 있다. 5, 6호기에 이어 3호기도 안정적인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4호기는 원자로 내부에 연료봉이 들어있지 않아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복구된 일부 계측기기의 정보에 근거한 것인 만큼 앞으로 격납용기의 온도와 압력 등 추가 정보가 나오면 판단은 다소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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