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친왕 2층짜리 저택 있던곳
6월 철거할 신관 객실 700개… 원전 피해주민 피난처로 제공
대한제국 황실의 가슴 아픈 흔적이 남아 있는 일본 도쿄 ‘그랜드 프린스호텔 아카사카(赤坂·사진)’가 모든 객실을 원전사고 피난소로 제공하는 ‘최후의 고객 서비스’에 나선다.
2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달 말 폐관할 예정인 이 호텔은 해체작업이 시작되는 6월 말까지 3개월간 객실 700여 개를 원전사고에서 대피한 후쿠시마(福島) 현 주민들에게 제공할 예정. 16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아카(赤) 프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호텔은 일본 왕실이 1930년 영친왕 부부를 위해 지은 2층 저택이 모체다. 1955년 호텔로 개조해 영업을 시작했고 1983년엔 40층짜리 신관 호텔로 개축했다. 영친왕 부부가 살았던 구관 저택은 현재 프랑스식 레스토랑과 결혼식 연회장 등으로 쓰인다. 자민당 유력 정치인들이 수십 년간 파벌 사무실을 이곳에 뒀을 정도로 일본 현대정치의 막후무대이기도 했다. 영친왕의 차남으로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손이었던 이구 씨는 1931년 이 호텔 구관에서 태어나 2005년 신관 호텔의 한 객실에서 숨지는 비운을 겪었다.
도쿄 한복판에 우뚝 솟은 이 호텔은 한때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의 결혼식장으로 인기를 끌면서 명성을 날렸으나 최근 외국계 호텔의 대거 진출로 경영이 나빠졌다. 호텔을 운영하는 세이부(西武)그룹은 지난해 4월 신관을 폐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신관 호텔이 철거되더라도 역사적 가치가 있는 구관은 보존된다.
재일한국인 사회에서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구관이 레스토랑으로 쓰이는 것도 가슴 아픈 마당에 언제 경영논리에 따라 철거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나 대기업이 인수해 보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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