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反원전 역풍에 텃밭 잃고… 사르코지, 재선가도 암울
원전 반대 독일 녹색당 사상 첫 州총리 배출 유력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독일 정치까지 흔들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사진)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은 27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1953년부터 무려 58년간이나 지켜왔던 기민당의 아성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인구 1100만 명)를 녹색당 연합세력에 내줬다.
슈투트가르트가 주도인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다임러와 포르셰 등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기업 본사가 있는 곳으로 독일 내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다. 실업률도 4.7%로 독일 내에서 가장 낮다. AP통신은 “메르켈 총리가 올해 지방선거가 예정된 독일 내 7개 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주를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원전 4곳이 위치한 바덴뷔르템베르크 선거에서는 ‘원전 안전성’이 가장 주요한 이슈였다. AP는 이번 선거가 원전에 대한 입장을 묻는 국민투표 성격을 띠었다며 기민당이 ‘역사적인 패배’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원전 찬성론자로 널리 알려진 슈테판 마푸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총리(기민당 소속)는 28일 “우세했던 기민당의 지지세가 원전 사고 이후 점차 줄어들었다”며 “일본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고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메르켈 총리와 기민당은 “2021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한다”는 이전 정부의 정책을 뒤집으며 원전의 수명을 평균 12년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다 일본 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여론조사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자 급기야 바덴뷔르템베르크에 있는 2곳을 포함해 노후 원전 7기를 잠정 폐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는 원전 반대를 외쳐온 녹색당. 잠정 개표 결과 녹색당은 24.2%를 득표해 23.1%를 얻은 사회민주당과 함께 연정 구성을 주도하게 됐다. 녹색당의 득표율은 2006년 당시 득표율(11.7%)의 2배를 넘는다. 이에 따라 녹색당이 주총리직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녹색당이 주총리를 배출하는 것은 독일 역사상 처음이다. 빈프리트 크레치만 녹색당 후보가 주총리에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인 지그마어 가브리엘 사회민주당 당수는 “오늘 독일 원전의 종말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고 선언했다.
기민당 헤르만 그뢰에 사무총장은 선거 패배 후 공영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가동이 임시 중단된 원자력발전소 7기가 영구 폐쇄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안전점검이 엄격하게 진행될 것이며, 독일이 재생에너지의 시대로 신속하게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7일 실시된 프랑스 지방선거에서는 제1야당인 사회당이 36%의 득표율로 승리를 거뒀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대중운동연합은 20%에 그쳤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佛극우정당 득표율 쑥… 사르코지 점점 위기로 ▼
27일 프랑스 지방선거 결선투표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사진)이 이끄는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이 완패하고 제1야당인 사회당이 36%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더욱 힘겨워지고 정국운영 방향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프랑스 언론은 전망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 잇따른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에게 밀려 결선투표에조차 오르지 못하고 1차 투표에서 탈락이 예상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프랑스 언론은 이날 지방선거 잠정 개표 결과 UMP가 20%, 르펜 대표가 이끄는 극우정당인 FN은 12%를 득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득표율과 의석수는 다르게 나타나 사회당이 625석을, UMP는 241석을 확보했으며 FN은 2석을 얻었다. FN은 1차 투표에서 1440개 선거구에 후보를 내 403명을 결선투표에 진출시켰으나 2명만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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