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압력용기에 구멍 추정… 밑빠진 독에 물 부은 셈고여있던 오염수 흘러넘쳐 바다 유입되면 속수무책
방사성 물질을 대량으로 방출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내부의 여러 곳에서 플루토늄이 검출됐다고 교도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도쿄전력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용지 내 5곳에서 21일과 22일 이틀간 채취한 토양에서 플루토늄을 검출했다”며 “이번 원전 사고로 핵연료에서 방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도쿄전력 측은 “검출된 플루토늄은 극히 미량으로 일반적인 환경의 토양에서 검출되는 수준”이라며 “인체에 영향을 줄 만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는 MOX라고 불리는 플루토늄 원료를 쓰고 있다.
플루토늄은 원전에서 누출될 수 있는 방사성 물질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해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 플루토늄 검출은 3호기의 핵연료가 용융돼 흘러나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플루토늄 검출에도 제1원전 복구 작업은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도쿄전력은 원자로 1∼3호기의 압력용기들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구멍을 통해 플루토늄도 흘러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 압력용기 구멍 사실이라면…
도쿄전력은 이날 새벽 기자회견에서 “1∼3호기 압력용기가 손상돼 바깥 부분과 통해 있는 상태다. 압력용기에 구멍이 뚫려 있는 이미지(로 상상하면 된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원자로에 물을 주입해도 물이 꽉 차지 않는 원인이 압력용기에 구멍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전력은 지금까지 원자로 과열에 의한 연료봉 손상은 인정했지만 압력용기 손상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해 왔다. 압력용기에 구멍이 뚫렸다면 방사능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도쿄전력은 녹아내린 핵연료가 압력용기 바닥으로 떨어져 구멍을 냈거나 고열 때문에 용기의 벽이 녹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2호기 터빈실 지하에서 원전이 정상 가동될 때보다 10만 배나 많은 방사능(세슘134)이 검출된 것도 압력용기 냉각수가 그대로 누출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구멍이 뚫린 게 사실이라면 그동안 원자로를 냉각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며 작업한 바닷물 투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호기에서 발견된 방사능 수치가 높은 물웅덩이도 압력용기 손상으로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뜨거운 핵연료봉 용융물이 압력용기의 손상된 부분을 통해 빠져나가면 열기를 이기지 못한 격납용기마저 녹아내릴 수 있다. 원자로 냉각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압력용기가 파손되었다면 각종 밸브도 손상돼 틈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노심 냉각을 위해 주입되는 냉각수가 원자로 내부로 들어가지 못한 채 외부로 흘러나가게 된다.
압력용기에 구멍이 생겼다면 일단은 메우는 것이 시급하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사용했던 콘크리트 매립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균렬 교수는 “이제는 콘크리트나 납을 부어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하지만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콘크리트로 원전의 아래와 옆을 막을 때 많은 작업자가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원자로 냉각도 난망
원전 당국은 원자로를 냉각시키기 위해 물을 계속 주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압력용기가 손상됐다면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도쿄전력은 1∼3호기 터빈실 지하에 고여 있는 오염수를 복수기(復水器·증기를 식혀 물로 만드는 장치)에 집어넣어 처리하려 했으나 복수기에 이미 물이 가득 차 있는 상태여서 오염수 처리도 진퇴양난에 빠졌다.
28일 오후에는 1∼3호기의 터빈실 지하에 고인 방사능 오염수가 터빈실과 이어진 배관터널까지 넘쳤다. 배관터널은 터빈실과 바닷가 펌프실을 연결한 U자형 지하통로로 수직 갱도의 깊이는 각각 16.1m, 15.9m, 25.7m이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오염수가 지표로 넘치기 직전이다. 만약 1000mSv가 넘는 방사능 오염수가 바닷물로 흘러들어가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다.
한편 도쿄전력은 전날 2호기 터빈실에 고인 물에서 방사성요오드134가 29억 Bq(베크렐) 검출돼 정상 가동치의 1000만 배라고 발표했으나, 이날 새벽 세슘134가 정상치의 10만 배인 2900만 Bq이 검출된 것이라고 정정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