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데이터도 못읽는 도쿄전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9일 03시 00분


검출된 방사성물질 종류 혼동… 허술한 대응 지탄

“정상치의 1000만 배에 이르는 방사성요오드134가 검출됐다.”(27일 오전) “방사성요오드134와 코발트56을 혼동했다.”(28일 0시) “코발트56이 아니라 세슘134였다.”(28일 오전 3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터빈실 지하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을 놓고 도쿄전력은 20시간 동안 세 차례 말을 바꿨다. 도쿄전력은 28일 “서두르다 보니 데이터를 혼동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기초적인 데이터 오독이란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것이다. 허술한 대응으로 연일 지탄을 받고 있는 도쿄전력은 어떤 회사일까.

도쿄 중심지 지요다(千代田) 구에 본사를 둔 도쿄전력은 자본금 6764억 엔, 연 매출액 5조 엔, 총 자산은 13조 엔이 넘는 공룡기업이다. 종업원은 5만2000여 명.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8개 광역단체에 전력을 독점적으로 공급한다.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도가 매우 높고 엘리트가 많이 입사한다. 게이오대 출신인 시미즈 마사타카 사장이 2008년 임명될 당시 “비(非)도쿄대 인물로는 32년 만에 도쿄전력 사장이 됐다”며 화제가 됐을 정도다.

민간 보험회사가 최대주주여서 겉으로는 민간기업이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허가와 감시를 받아야 하는 공기업의 성격이 짙다. 일단 정부 허가만 받으면 영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원전 정책을 입안하는 경제산업성 산하에 원전의 안전관리 책임을 맡는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있고,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경산성과 보안원의 지시를 받는다. 여기에 낙하산 인사로 간부들이 서로 섞이면서 상호 견제와 감시 감독이 실종됐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