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참사로 막대한 피해를 본 일본을 돕자는 국내 성금 모금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29일 현재 국내 20개 구호단체가 모은 성금은 모두 400억 원을 넘어 섰다. 대한적십자사 등 주요 구호단체는 단일 자연재해로는 최대 모금 규모라는 새 기록을 매일 써 나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정부가 ‘독도는 자국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기부 열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단일 자연재해로는 최대 모금
대한적십자사는 동일본 대지진 구호 모금을 시작한 지 14일 만인 27일 213억4480만 원의 모금액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자연재해 관련 모금 사상 최고액을 뛰어넘은 것. 종전 최고액은 2005년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때 약 4개월간 모금한 193억6000만 원이었다. 지난해 초 아이티 지진 때는 80일 동안 90억 원을 모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29일까지 모금액이 112억 원에 이르렀다.
이 같은 폭발적인 모금 열기는 일본이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데다 재일교포는 물론이고 유학생 주재원 등 수백만 명의 한국인이 사는 곳이라 재난에 대한 체감도가 더 컸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한류 열풍’으로 일본에 진출한 인기 연예인과 기업의 솔선수범 기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한적십자사 등 모금단체들은 여기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원폭 피해자 모임 등 관련 단체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피해 일본인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에 나선 것이 열기를 증폭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 독도 문제 변수될까
하지만 이 같은 모금 열기는 30일 일본 정부가 후소샤(扶桑社)의 중학교 공민 교과서 외에도 지유샤(自由社)와 이쿠호샤(育鵬社) 등 독도를 자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은 지난주 인터넷 등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급기야 일부 누리꾼은 “공영방송 KBS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사, 정부기관, 대기업이 성금 모금에 동원된 것은 부적절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실제로 29일 일부 모금단체의 기부액수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고 개인 후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ARS 전화 참여의 경우 대한적십자사에는 26일 1142만 원을 기록한 이래 27일 990만 원, 28일 574만2000원 등 뚜렷한 하강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학생 심준보 씨(23)는 “이웃나라인 데다 인류애라는 마음에 성금 모금에 나서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독도를 자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교과서를 또 인정하겠다니 화가 날 뿐”이라며 “정부는 영토가 침탈당하는데도 한가하게 성금 모금을 추진하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일본 교과서 문제와는 별도로 인도적 차원에서 지진 피해를 본 일본을 지원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9일 “이번 주 내로 생수 480t과 ‘햇반’ 20t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일본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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