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發 방사능 공포]日, 원전 냉각장치 복구 포기… 장기전 모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오염수 빼낼 방안도 무산… ‘6개 원자로 폐쇄’로 가닥
15개국 日방문 자제 권고… 美 델타항공 등 결항 줄이어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앞바다로 방사성 물질 오염수가 대거 유입되며 오염 수치가 연일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일본 원전 당국은 원전의 냉각장치를 재가동하려던 조기 안정화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다. 미국과 프랑스 등 국제사회는 원전 안정화를 위해 무인재해로봇과 오염수 처리기술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 확산되는 바다 오염


31일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남쪽 배수구에서 지난달 30일 채취한 바닷물에서 기준치의 4385배에 이르는 방사성 요오드131이 검출됐다. 원전 사고 이후 최고치로 전날 발표치인 3355배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30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전에서 40여 km 떨어진 이타테(飯館)에서 IAEA 피난기준치의 두 배에 해당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주민 피난이 필요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현재 원전 반경 30km까지만 주민 대피 또는 옥내 대피 명령을 내린 상황이다. IAEA에 따르면 3월 18∼26일 원전 주변 지역의 토양오염 조사를 한 결과 이타테에서 m²당 200만 Bq(베크렐)이 나왔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31일 현재 일본 방문 자제 권고를 내린 국가는 미국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 등 15개국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델타항공 등 미국 항공 3개사는 나리타 공항과 하네다 공항 6편을 결항했고 에어프랑스 등 11개사는 경로를 바꾸는 등 외국적사의 항공 스케줄 변경이 잇따르고 있다.

○ 후쿠시마 원전 장기전으로 가닥


원전 냉각장치를 복원해 조기 수습을 기대했던 일본 원전 당국은 방사성 물질과 방사능 오염수의 방출을 최소하면서 6개 원자로를 폐쇄하는 장기전으로 돌아섰다. 그동안 도쿄전력은 ‘외부전력 공급→냉각펌프 복원→원자로 안정화’에 기대를 걸어왔다. 그러나 냉각펌프와 각종 기기 장치가 쓰나미로 바닷물을 뒤집어쓴 데다 폭발로 크게 파손돼 펌프 복원이 힘들다고 판단했다.

터빈실과 건물 밖 배관터널에까지 넘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를 가열해 농도를 낮춰 처리하는 것을 검토하다 포기했다. 오염수가열처리시설인 ‘집중환경시설’이 3∼4m 침수돼 보일러와 배전반이 모두 복구 불능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가쓰마타 쓰네히사 도쿄전력 회장은 30일 대국민 사죄 기자회견에서 “원전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고 안정화시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원자로는 방사성 물질 덩어리여서 폐쇄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1979년 사고가 난 미국 스리마일 원전은 녹아내린 핵연료를 처리하는 데만 6∼7년, 원자로 폐쇄까지는 14년이 걸렸다. 스리마일 원전보다 규모가 큰 후쿠시마 원전은 20년 넘게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원자로 폐쇄 비용만 6000억 엔(약 8조 원)이 넘고 주민 보상금까지 합치면 10조 엔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km 구역에 수습하지 못한 시신이 수백 구에서 1000구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교도통신이 31일 일본 경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 무인로봇 등 국제사회 지원


사고 초기 만해도 자구적 해결을 고집하던 일본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미국 프랑스 등 ‘원전 대국’에 긴급 도움을 요청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고농도 방사능 오염지역에서도 작업할 수 있는 원격조종 재해로봇과 로봇을 조종할 인력 및 7t 분량의 기자재를 일본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독일도 원전 용지 내에서 잔해 철거 및 원자로 복구에 투입할 수 있는 무인로봇을 제공할 의사를 일본에 전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일본을 방문해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원전 사고 대응에 전면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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