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이너서클 급속와해… 정권 시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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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일 03시 00분


전선에선 승전보 잇따르는데 내부에선 속속 이탈

《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이너서클(내부 핵심집단)’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핵심 측근이던 무사 쿠사 외교장관에 이어 유엔주재 대사 임명자가 해외로 망명했다. 국회의장 같은 핵심 인물들도 리비아를 빠져나왔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등 카다피 정권이 내부로부터 와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지상전에서는 여전히 카다피 친위대가 반(反)카다피군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카다피군이 차드 출신 용병을 3600명까지 증원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카다피군의 군사력이 20∼25%가량 손실됐지만 와해 상황은 아니다”라며 “아직도 카다피 측 군사력이 반카다피군을 10 대 1 수준으로 압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
■ 국회의장-유럽담당 외교관 등 핵심측근들 ‘엑소더스’ 가속

전현직 외교장관에 이어 압둘 카심 알즈와이 리비아 국민의회 의장, 압델라티 알오바이디 유럽연합 담당 외교관 등 카다피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망명길에 오르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 등 외신들이 전했다. 영국 신문 ‘데일리메일’도 리비아 핵심 인사 2명이 튀니지에서 영국 및 프랑스와 망명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3월 3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무사 쿠사 외교장관의 뒤를 이어 망명하기 위해 현재 튀니지에 체류하고 있는 리비아 고위 인물은 모두 8명이며 만약 이들의 망명이 모두 현실화되면 영국에 도착하는 리비아 출신 망명객은 12명에 이르게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신문은 이들의 구체적인 신원은 언급하지 않았다. 알자지라 방송은 망명객 중에는 카다피 정권의 해외정보담당 책임자인 아부제이드 도르다 국장과 쇼크리 가넴 국영석유회사 대표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으나 당사자들은 1일 자신들이 트리폴리에 있다면서 망명설을 부인했다.

정권 핵심 인사들의 이반이 이어지자 카다피 원수는 주요 측근들의 집집마다 경비병을 배치하는 등 감시와 통제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카다피 진영에 선 이브라힘 다바시 전 유엔 주재 리비아 부대사는 “많은 리비아 고위층들이 탈출을 꿈꾸지만 감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유엔주재 대사도 이집트 망명… ‘카다피 외교팀’ 사실상 붕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유엔주재 대사 임명계획이 계속 좌절되고 있다. 2월 25일 유엔에서 “카다피는 리비아를 떠나라”며 항명한 무함마드 샬감 대사를 해임한 뒤 지난달 5일 후임자로 임명한 알리 압두살람 트레키 전 외교장관마저 이집트에서 망명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전날 무사 쿠사 외교장관이 영국으로 망명한 데 이어 트레키 전 장관까지 등을 돌림에 따라 카다피 정권의 외교팀은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트레키 전 장관은 3월 31일 야권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유엔주재 대사직이나 다른 자리를 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 행복한 삶 속에서 사는 것은 우리의 권리”라며 “조국이 알 수 없는 운명의 나락으로 추락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망명 이유를 밝혔다. 그는 미국이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해 그동안 이집트 카이로에 머물러 왔다.

카다피가 트레키 대사 임명자의 미국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과도적으로 유엔주재 리비아 대표로 일하라고 내세운 니카라과 외교장관 출신의 미겔 데스코토 브로크만 씨도 유엔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리비아를 대표하려면 현재 소지한 관광비자부터 외교관비자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반카다피군 ‘조건부 정전’ 제의… 카다피군 게릴라전술로 연승

반카다피군은 1일 카다피군이 서부의 주요 도시에서 철수하고 시민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면 유엔이 요구하는 정전에 합의할 것이라고 조건부 정전안을 제시했다. 카다피 측과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던 종전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어서 주목되지만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 그의 가족들이 리비아를 떠나야 한다는 요구를 철회하지 않아서 실효성은 미지수다.

한편 물밑 퇴로모색설과 별개로 카다피 원수는 3월 31일 국영 TV 자막연설을 통해 “즉각 물러나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공습으로 리비아 군인을 대량 학살한 서방 지도자들”이라고 비난하며 항전의지를 다졌다. 지상전에서는 카다피군이 잇달아 승리를 거두고 있다.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상당한 피해를 본 카다피군은 소규모로 병력을 나눠 매복한 뒤 반군을 공격하는 게릴라 전술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한편 그동안 다국적군의 공습을 주도해온 미군은 작전지휘권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이양됨에 따라 2일로 전투 임무를 마치겠다고 선언했다. 나토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리비아 의사의 말을 인용해 3월 30일 나토군의 공습을 받은 카다피군의 탄약차량이 폭발하면서 인근 주택 2채에 있던 12∼20세 청소년 7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했다고 1일 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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