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분쟁지역에 군사력 투입을 불사하는 등 적극적 개입주의로 나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는 양민 학살로 지탄을 받고 있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정권을 상대로 가장 먼저 군사력을 사용해 국제사회의 군사개입을 이끌어 냈다. 이어 4일에는 유엔 요청에 따라 코트디부아르의 대통령궁과 군기지를 공격함으로써 내전 상황을 사실상 끝내는 데 기여했다.
프랑스군은 아프가니스탄전쟁에도 참전하고 있어 동시에 3개 지역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 부담과 일방주의에 대한 부담으로 새 분쟁지역에서 군사개입을 주저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는 딴판이다. 미국이 아닌 프랑스가 세계 경찰 역할을 수행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프랑스는 군사개입 명분으로 위기에 처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있었기에 군사개입은 정당하다고 강조한다. 유엔 안보리는 리비아 및 코트디부아르 사태와 관련해 각각 지난달 17일과 지난달 30일에 군사개입을 허용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003년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쟁 당시 강하게 반대했을 정도로 군사개입을 꺼리던 프랑스가 이처럼 세계 분쟁에 적극적 개입주의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
일부 전문가는 유럽의 강국인 프랑스가 유럽을 대표해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이 아랍권의 변혁과 아시아 국가의 경제적 부상이라는 전환기에 처한 상황에서 프랑스가 유럽 대표주자로 부상하기 위해 적극적 군사개입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 독일도 유럽의 군사강국이지만 독일은 해외 파병에 상당한 내부 반발이 있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그런 반발이 없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이 짊어진 세계 안보 부담을 유럽 국가들이 분담하기를 바라고 있어 미국과의 주도권 갈등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프랑스가 오랫동안 의존한 미국의 안보 우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라는 시각도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낮은 지지율을 고민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해외 군사개입 카드를 집어 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인권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가치를 내세워 과거의 영광을 갈구하는 유권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대선 전략이라는 것. 그러나 이 같은 분석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많은 프랑스 유권자는 프랑스군이 참전한 아프간전쟁을 이미 패한 전쟁이라고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어 ‘새 전쟁을 통한 애국심 고취→지지율 상승’은 쉽지 않으며 단순한 분석이라는 지적이다.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의 닉 위크니 연구원은 “군사개입으로 인기를 얻기는 어렵지만 리비아 벵가지(반카다피군의 거점도시)에서 대량 유혈 참극이 일어나도록 방치했다면 비난여론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의 도미니크 무아시 선임연구원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대담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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