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 대통령이고 당신은 하원의장이다. 우리는 지금 가장 책임 있는 2명의 지도자다. 어젯밤 우리가 서로 얘기했는데 지금 듣기론 그게 반영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일 오전 11시 15분(현지 시간)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날 밤 두 사람이 합의한 정부 지출 예산 삭감 규모에 대해 공화당에서 “더 삭감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자 협상 파트너인 베이너 의장에게 직접 따진 것이다. 통화는 5분 동안 이어졌으며 이를 계기로 협상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백악관과 민주당, 공화당 양당 지도부는 연방정부 폐쇄 시한을 1시간 남겨둔 8일 오후 11시 2011회계연도(2010년 10월∼2011년 9월) 예산안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지었다. 협상 타결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주인공은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하원의장.
첫 번째 백악관 회동은 화요일인 5일. 예산안 삭감 규모를 놓고 팽팽한 입장 차만을 확인한 채 성과 없이 결렬됐다.
다음 날인 6일 뉴욕에서 연설을 마치고 돌아온 오바마 대통령은 베이너 의장과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백악관에서 다시 만났다. 공화당은 낙태 시술을 하는 의료기관인 ‘플랜드 페어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에 정부예산 지원을 금지하자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한 피임과 암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의 예산 지원을 중단할 수 없다고 맞섰다.
타협 실마리를 찾은 것은 7일. 오바마 대통령은 2011회계연도 예산을 380억 달러 삭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틀 전보다 50억 달러나 삭감액을 늘린 것이다. 그 대신 낙태 시술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은 당초 계획대로 하기로 했다.
여야 실무협상진은 구체적인 삭감 내용을 확정하기 위해 베이너 의장실에서 밤샘 작업을 했다. 하지만 금요일 아침에 공화당에서 삭감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협상은 결렬 위기에 빠졌다. 화가 난 오바마 대통령이 베이너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따진 것은 이때였다. 백악관은 한편으론 협상이 최종 결렬돼 정부가 폐쇄될 경우에 대비하고 한쪽에선 마지막 협상 조건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통화 후인 8일 오후 9시 45분 협상 실무진이 의사당 4층에서 최종 합의하고 악수를 하는 사이 베이너 의장은 의회 지하회의장에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협상 과정을 설명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엄청 화를 냈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박수를 쳤고 “빅토리!”라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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