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측이 내전과 무관한 비무장 시민들, 특히 어린이들까지 조준사격으로 살상하고 있어 국제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8일 “리비아 제3의 도시 미스라타에서 카다피군 저격수들의 목표가 된 사람들 가운데 어린이들이 있다는 믿을 만한 보고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카다피군의 시민 조준사격은 2월 중순 시위 발생 이래 끊이지 않았지만 어린이들까지 저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유엔은 카다피군의 민간인 저격 파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 공포 조성을 위해선 어린이까지 무차별 살상
“이젠 거리에 나갔다가 누구든 총에 맞을 수 있어요. 저격수들은 유니폼조차 입고 있지 않아요.” 3일 어머니를 위해 먹을 것을 사러 나갔던 13세 소년 칼리드는 카다피군 저격수가 쏜 총에 허벅지를 맞았다.
미국 CBS방송에 따르면 미스라타 도심 거리에 진주한 카다피군은 주요 고층빌딩 옥상에 저격수들을 배치해 놓고 행인이나 반카다피군을 향해 조준 사격을 하고 있다. 규모가 가장 큰 보험 빌딩에는 수십 명의 저격수가 배치돼 있다.
어린이들까지 저격 표적이 되며 피해가 잇따르자 겁에 질린 시민들은 해안가로 피란을 가거나 사원이나 학교 지하로 피신하고 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아기에서부터 15세까지 고아 125명이 저격을 피해 학교 지하에 숨어있다고 보도했다. 한 거주자는 “부족한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팔던 몇 안 되는 가게조차 저격에 대한 공포 때문에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다국적군은 미스라타에서 자행되는 카다피군의 만행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카다피군이 민간인들에게 근접하는 전술을 쓰기 때문이다.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190km가량 떨어진 미스라타는 반군이 점령한 서부의 유일한 도시로 카다피군이 46일째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인구 30만 명인 이 도시에서는 현재까지 1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격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는 부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8일에도 카다피군이 미스라타 내 인구 밀집지역까지 진격했으나 격렬한 시가전 끝에 일단 물러났다. 반군은 모래와 돌을 가득 채운 수송 컨테이너로 주요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또 고층 건물의 낮은 층을 파괴해 건물 위에 있던 저격수 수십 명을 포위했다. ○ 계획테러에 유엔- 적십자 조사 착수
카다피군이 시민을 조준사격으로 살해하는 것은 무차별적인 공포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계획적 테러인 것이다. 카다피 정권은 시위가 내전으로 격화되기 전인 2월 19일 벵가지에서 열린 장례식에 참석한 15명을 조준사격한 것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민간인을 조준사격해왔다. 이는 집 밖에 나서면 저격된다는 공포를 조성해 시위대의 형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도시기능을 마비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유엔은 국제형사재판소와 협력해 리비아에서 자행된 인권침해에 대해 이번 주에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적십자 국제위원회도 14일 미스라타에 조사팀을 보내 저격수들이 어린이들을 겨냥한다는 보고에 대한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