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한 달 전인 3월 11일 일본 동북부 해역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이 일어났다. 지진이 일으킨 쓰나미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덮쳤다. 원전 사고로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지만 공포감은 수만 명이 숨진 대지진보다 훨씬 컸다. 초유의 사태를 맞아 그동안 독자들에게 정확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전달해주기 위해 노력해 온 동아사이언스 특별취재팀이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에 모여 지난 한 달을 되돌아봤다. 》 ○ SNS의 힘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0층 일민라운지에서 방담하고 있는 동아사이언스 특별취재팀. 왼쪽부터 원호섭 변태섭 서영표 최세민 김규태 이영혜 전동혁 이현경 기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취재팀은 3월 11일 오후 일본 지진 소식을 들었다. 일본은 평소에도 지진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으나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라온 쓰나미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크게 놀랐다. 취재팀은 즉시 일본 방송 NHK의 ‘LIVE TV’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내려받고 뉴스 계정(@nhk_news)을 ‘팔로잉’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정보가 철저히 차단된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올라오는 속보는 취재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SNS의 악영향도 있었다. 근거 없는 괴담과 소문이 지속적으로 ‘리트윗’되며 전달돼 방사능 공포를 확산시켰다. 취재팀은 괴담을 취재해보면 너무나도 허무맹랑해 (이것이 틀렸다는) 기사를 쓸지 말지 고민이 될 정도였다. ○ 무기력 홍보
일본 원전 사태 이후 촉발된 국민들의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할지는 정부에 남겨진 큰 숙제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외쳐도 국민들은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재팀이 의뢰해 일반인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본보 3월 28일자 A1·2면 참조)에서는 ‘국내 원전이 불안하다’는 응답자가 43%로 ‘안전하다’는 사람(22%)의 2배에 가까웠다. ‘한국은 일본 방사성 물질 누출에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서도 국민의 5.9%만 수긍했다.
방사성 물질을 둘러싼 괴담이 갈수록 확산된 것에 대해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기존 원자력 홍보가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은 파악하지 못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했기 때문이다. ○ 검증의 한계
이번 사고 후 취재팀은 원자력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이들은 일본 원전 사고가 자신들의 취업이나 미래설계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 원자력 관련 학과 교수들도 “원자력 분야에는 많은 인재가 필요한데 이번 사고 때문에 이런 인재들이 빠져나가면 어떡하냐”는 고민을 했다. KAIST에서 지난 10년간 전공 지원자가 적은 대표적인 학과가 바로 항공우주와 원자력공학이다. 원자력 저변 확대에 정부가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취재팀은 기사를 쓴 뒤 “그래서 우리나라가 안전한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사건 발생 뒤 한 달 동안 여러 위험 요소가 제기됐는데 정부와 전문가들은 지구 전체의 기류 흐름 같은 거시적 근거만 제시하며 안전함을 주장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정보 접근성이 제한되다 보니 취재팀도 전문가 그룹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시뮬레이션 예측은 온도 바람 습도 등 입력값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정답’처럼 보도한 측면도 있다. 전문가와 전문기자들이 여러 가능성을 검증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명확하게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걸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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