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 또 조심” 외규장각 도서 든 컨테이너 하역 인천공항 직원들이 14일 오후 일반 여객기 화물칸에서 외규장각 도서 75권이 든 컨테이너를 내리고 있다. 항온·항습 기능이 있는 특수컨테이너로, 프랑스 측이 도서가 든 나무상자를 포개 담지 말라고 요청해 두 개의 컨테이너에 나눠 담았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에 약탈당한 조선 왕실 의궤(儀軌) 등 외규장각 도서가 145년 만에 돌아왔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해온 외규장각 도서 297권 가운데 1차분 의궤 75권이 14일 오후 1시 49분 아시아나항공 502편을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한 외규장각 도서는 통관절차를 거친 뒤 유물 전용 무진동차에 실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이어 5개의 유물 상자에 담긴 그대로 항온·항습시설을 갖춘 지하 수장고에 보관됐다.
외규장각 도서 가운데 하나인 ‘휘경원원소도감의궤’는 1993년 대여 형식으로 한국에 반환된 상태. 따라서 이날부터 돌아오는 도서는 모두 296권이다. 나머지 221권은 5월 27일까지 세 차례로 나뉘어 돌아온다. 외규장각 도서 수송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번갈아 맡는다.
외규장각 도서 297권 가운데 294권은 조선왕실 의궤다. 의궤는 조선왕실에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그 과정과 주요 의례절차 내용 등을 그림 중심으로 기록한 보고서 형식의 책으로, 조선시대의 정치사회상과 엄정한 기록 문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다. 1차분으로 돌아온 의궤 75권엔 어람용(御覽用·임금이 볼 수 있도록 고급스럽게 제작한 것) 30권과 유일본 8권이 포함돼 있다. 75권의 목록은 프랑스 측 요청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도서 반환은 재프랑스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가 1978년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를 처음 확인한 지 33년, 1991년 한국이 프랑스에 도서 반환을 요청한 지 20년 만에 이뤄졌다. ‘5년마다 갱신이 되는 대여’ 방식의 반환이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년마다 자동으로 갱신되고 이와 관련한 어떠한 예외 규정도 없기 때문에 이번 대여는 실질적인 환수”라며 “연구 전시 디지털화 등 의궤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 다른 해외반출 문화재의 환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외규장각 도서를 소장 관리하게 될 국립중앙박물관은 7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외규장각 도서 귀환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외규장각이 있던 인천 강화군 등 전국 각지에서 순회전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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