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의 英 왕실 결혼식… 350년만의 ‘평민 신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8일 03시 00분


마차 대신 자동차로 식장 이동… 왕궁 대신 호텔서 전날밤 보내
잇단 파격 지구촌 들썩

1981년 7월 29일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 후 30년 만에 펼쳐지는 아들 윌리엄 왕세손의 결혼식(29일)이 다가오면서 영국이 들썩거리고 있다.

‘350년 만에 이뤄지는 왕위 계승자와 평민의 결혼’ ‘격식을 깨는 신세대형 결혼식’ 등의 화제를 만들어온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씨의 결혼은 30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부모의 결혼식과 여러 면에서 세대 차이를 보여준다.

미들턴 씨는 신세대답게 격식을 버리는 대신 톡톡 튀고, 그녀의 부모는 자수성가한 ‘평민’ 사업가답게 넘치는 자신감으로 이번 결혼식을 대하고 있다. 미들턴 씨가 결혼식 전날을 보낼 곳은 궁에서 가까운 5성급 고링호텔이라고 16일 왕실이 발표했다. 미들턴 씨는 결혼 전날 버킹엄궁에 묵으라는 왕실의 요청을 ‘감히’ 거부했다. 아직 서민이고 왕실의 일원이 아닌데 왕궁에서 머무르는 건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다. 신부 가족은 그 대신 호텔의 하룻밤 숙박료가 900만 원인 로열스위트룸을 빌렸다. 이 호텔은 “영광스럽다”면서 신부를 위해 15만 파운드(2억6700만 원)를 들여 인테리어 등을 고쳤다.

17일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신부의 부모는 호텔숙박, 신부복, 만찬파티 등의 비용으로 10만 파운드(약 1억7800만 원)를 지출한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 때는 왕실에서 대부분의 비용을 치렀다. 미들턴 씨의 고조할아버지는 가난한 석탄 광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갱도에서 왕궁까지’라는 기사 제목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그녀의 부친은 완구 및 어린이파티용품 사업으로 큰돈을 모은 부자다. 이 때문에 신부 부모가 평민 출신 논란에 재력으로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신세대 신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 미들턴 씨는 신부가 화려한 마차를 타고 결혼식장에 도착했던 왕실의 전통을 처음으로 깨고 식장까지 차량을 이용한다. 이에 ‘엄청난 재정적자로 국가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사치나 겉치레로 비치고 싶지 않은 커플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언론의 해석이 나왔다. 왕실은 “신부가 ‘결혼식을 마칠 때까지는 왕실 사람이 아니다’는 이유로 자동차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미들턴 씨의 자존심이 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왕실은 놀랍고 의아하다는 반응이지만 시민들은 “역시 신세대답다”며 긍정적이다. 영국 왕위 계승 예정자가 평민 집안의 여성과 결혼하기는 1660년 제임스 2세가 앤 하이드와 결혼한 후 350년 만이다. 결혼 당시 20세였던 다이애나 비는 올트럽 스펜서 백작의 셋째 딸이었다.

황색언론이 판치고 요란하기로 유명한 영국 언론에 대해서도 미들턴 씨는 조신했던 다이애나 비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윌리엄 왕세손이 미들턴 씨에게 다이애나의 약혼반지로 청혼을 한 것과, 부모가 결혼식을 올린 성바오로 성당을 거부하고 자신이 15세 때 세상을 떠난 모친의 장례식이 열렸던 웨스트민스터 성당을 결혼식장으로 택한 것을 놓고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치유’가 결혼식 코드라는 관측이 나온다. BBC는 “윌리엄이 어머니를 떠나보낸 아픈 공간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 날은 법적 공휴일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공휴일로 지정됐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1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