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4개국 등 메콩강 댐 건설 놓고 거센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0일 03시 00분


“原電대신 수력”… “댐도 재앙이다”

“댐만이 살 길이다.” vs “댐은 재앙이다.”

일본 원전사고의 여파로 원자력에너지를 대체할 수력 등 청정에너지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댐 건설 계획마저 환경파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동남아국가 사이에 뜨거운 감정싸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메콩 강 댐 건설계획이다.

라오스 정부는 최근 세계 10대 강인 메콩 강에 수력발전을 위한 첫 번째 댐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메콩 강이 지나는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메콩강위원회(MRC) 회원국들은 19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회의를 하고 라오스가 추진하는 댐 건설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강 상류인 중국 영토에 이미 댐이 있긴 하지만 주류에 본격적인 수력발전용 댐을 건설하는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오스는 북부 정글 지역에 계획하는 사야부리 댐을 통해 주변국에 값싸고 깨끗한 전력을 수출하고 그 수익을 경제개발에 활용하는 ‘동남아의 배터리(the battery of southeast Asia)’를 꿈꾼다고 영국 BBC방송이 19일 전했다. 건설엔 35억 달러(약 3조8000억 원)가 필요하다. 이미 라오스 정부는 댐 용지로 향하는 길이 32km의 진입로 건설을 시작했으며 현지 주민들은 새 집과 15달러 상당의 현금 등 토지 수용에 대한 보상을 약속받았다고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가 전했다.

MRC 4개국은 역사적으로 상대국 정책에 개입하거나 반대하지 않는 태도를 지켰지만 이번엔 입장이 선명하게 갈린다. 동남아지역 전력 수요는 2025년까지 매년 6∼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태국은 가까운 미래에 전력 부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사야부리 댐에서 생산될 값싼 전기에 관심이 크다. 그러나 베트남은 댐이 강 하류의 비옥한 메콩 강 삼각주를 근거로 살아가는 국민들의 생계에 위협이 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우선 메콩 강의 풍부한 어족자원이 급감할 수 있고 동남아 대륙 전체를 관통하는 메콩 강 인근의 생태계 파괴도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댐이 건설되면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수백만 명의 주변국 국민이 생존의 위기에 처한다. 미국 워싱턴의 안보전문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리처드 크로닌 사무총장은 “댐 건설이 식량안보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주변의 어느 나라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단 한번 댐을 건설하면 사실상 암묵적으로 중단된 상태인 10여 개의 메콩 강 댐 건설 계획이 다시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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