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잡아야 재선” 오바마, 투기자본과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3일 03시 00분


WTI배럴당 112달러 중 27달러는 투기자금 탓 분석
범부처 특별조사팀 구성 투기성 거래-매점매석 조사

최근 국제 원유가격 폭등의 배경으로 꼽히는 국제 투기세력에 칼날이 겨누어졌다.

월가의 투자은행, 헤지펀드, 상품 트레이딩 회사 등은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중동의 정정 불안 등 원유 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질 낌새를 보이면 원유 선물시장에서 막대한 물량의 원유를 사들였다. 예상대로 원유 가격이 오르면 이들은 한두 달 후에 공급받기로 한 원유 선물 계약을 다른 트레이더들에게 팔고 차익만 챙겼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투기자금이 최대 배럴당 27달러(21일 현재 서부 텍사스산 원유 배럴당 112.29달러)나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1일 이런 투기세력이 유가 고공행진의 주범이라고 보고 전면전을 선언했다. 휘발유 가격이 3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미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투기세력 단속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네바다 주 리노에서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투기 및 유가조작 행위 조사를 위해 법무부 주도로 범부처 특별조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가를 내리기 위한 특효약은 없지만 몇 가지 조치는 취할 수 있다”며 “누구도 눈앞의 이익을 위해 미국 소비자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지금 갤런당 4달러의 고유가와 씨름하고 있다”며 “이는 어려운 시기에 (국민에게)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주도로 구성되는 특별조사팀에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연방거래위원회(FTC),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증권거래위원회(SEC), 재무부 등 주요 부처들이 참여한다. 특별조사팀은 앞으로 원유시장에서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이 얼마나 투기성 거래를 일삼고 있는지, 매점매석 등 불법 행위는 없었는지를 집중 조사하게 된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처럼 석유 투기세력 단속 카드를 꺼내며 유가 상승 막기에 나선 것은 휘발유 가격이 계속 급등해 경제 성장을 방해할 경우 그의 재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설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내년 재선 행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미국 내 주유소에서 구입하는 휘발유 소매가격은 최근 8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주 갤런당 3.84달러까지 치솟았다. 2008년 9월 16일 이후 최고치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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