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예멘 수도 사나의 ‘변화의 광장’. 1만여 명의 시위대가 만든 텐트촌은 환각 성분을 가진 나뭇잎 ‘까트’(사진)를 입에 넣고 씹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오후 1시부터 2시간 정도 지속되는 이른바 ‘까트 타임’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예멘 내 까트의 연간 판매수익은 8억 달러(약 8632억 원)로 예멘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보통 열 살을 넘기면서부터 씹기 시작해 국민기호식품으로 불리는 까트를 사기 위해 예멘 성인 남성은 하루에 3000∼5000원 정도를 쓴다. 차 한 잔이 100원, 샌드위치 하나가 250원 정도인 예멘 물가를 고려할 때 큰 지출이다.
일각에서는 까트가 예멘의 봄을 늦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까트를 씹는 주민들도 “까트로 인해 사회경제적 비용이 초래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까트 없인 살 수 없다”며 중독 증세를 인정한다. 예멘 언론인 사미르 기브란 씨는 “오후만 되면 까트를 씹기 위해 사라지는 사람들 때문에 시위가 시작돼도 1, 2시간을 못 간다”고 말했다. 시위가 벌어지더라도 까트 타임만 되면 광장을 가득 메우던 사람들이 스무 명도 채 남지 않는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 무함마드 알 카다미 씨는 “까트를 씹는 순간만큼은 온 세상이 다 내 것”이라며 황홀해했다.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최근 까트 정책을 바꿨다. 시위가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살레 대통령은 중앙집권화를 위해 부족들의 주요 돈줄인 까트와의 전쟁을 선포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족들에게 까트를 살 돈을 지원해 주고 있다.
까트가 반정부 시위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반론도 있다. 함께 모여서 정치 사회 문제를 토론하는 까트 타임이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킹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대학생 파크르 알아자브 씨(23)는 “까트 모임은 시위 확산을 위한 동력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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