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굴욕… 中 국가박물관 앞 광장에 세운 공자상, 내부로 이전

  • 입력 2011년 4월 23일 03시 00분


‘톈안먼 마오쩌둥과 맞세우는 건…’ 지적에 옮긴듯

중국 베이징 국가박물관 북쪽 광장에 있던 공자 상(왼쪽 사진)이 좌우와 뒷면이 건물 벽으로 둘러싸였고 앞면에도 마치 창살처럼 기둥이 세워져 있는 내부 정원으로 옮겨졌다(오른쪽 사진). 사진 출처 징지관차(經濟觀察)보
중국 베이징 국가박물관 북쪽 광장에 있던 공자 상(왼쪽 사진)이 좌우와 뒷면이 건물 벽으로 둘러싸였고 앞면에도 마치 창살처럼 기둥이 세워져 있는 내부 정원으로 옮겨졌다(오른쪽 사진). 사진 출처 징지관차(經濟觀察)보
중국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 인근 국가박물관 앞에 세워져 많은 관심을 불러왔던 대형 공자 동상이 돌연 박물관 안 정원으로 옮겨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언론은 국가박물관 북쪽 광장에 세웠던 공자 동상이 20일 박물관 내부 정원에 설치된 ‘댜오쑤위안(雕塑園)’으로 옮겨졌다고 22일 전했다. 무게 17t의 대형 청동상인 이 공자상은 베이징 중심도로인 창안제(長安街) 변에 세워져 ‘공자의 부활’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한때 봉건시대의 대표 인물로 배척되던 공자는 현 공산당 지도부가 ‘허셰(和諧·화해) 사회’ 건설을 기치로 내걸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공자의 ‘화(和·조화)’ 사상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개혁개방 30여 년을 거치면서 깊어진 불안과 불평등을 없애려 하는 것. 해외에 중국문화와 중국어를 가르치는 공자학원도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톈안먼에 걸린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 초상화와 비스듬하지만 마주 본 게 이번 공자 동상 이전의 결정적 원인으로 알려졌다. 중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오 전 주석의 초상화와 마주 보는 것을 놓고 뒷말이 나왔던 것. 마오 전 주석은 1960, 70년대 문화혁명 시절 린뱌오(林彪)와 공자를 비판하는 ‘비림비공(批林批孔)’을 통해 공자 타도를 주도했다.

이런 비공식 문제 제기에 대해 공자 동상을 세운 측은 중화문명의 보고들을 모아놓은 국가박물관 앞에 동상을 세운 것은 공자가 중화문명을 관통하는 키워드임을 표현한 것일 뿐이라는 반론을 펴왔다. 하지만 마오 전 주석과 마주 보는 위치로 인해 공산당 통치의 적법성에 흠을 내고 있다는 해석이 이어졌고 결국 공자 상은 밖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졌다. 한편 박물관 측은 원래 ‘댜오쑤위안’을 설치해 중국 유명 문화 인물들의 동상을 세울 방침이어서 이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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