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4호기 앞을 찾은 17일 방사성 물질 누출량은 시간당 4.20μSv(마이 크로시버트)로 자연방사선량의 18배 수준이었다. 체르노빌=황규인 기자 ini@donga.com
요즘 체르노빌은 관광지로 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 2월 체르노빌 관광 상품을 내놨다.
외신기자들을 위해 체르노빌 원전 내·외부를 둘러보는 340달러짜리 당일 여행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일반 관광객을 위한 150달러짜리 상품도 있다. 17일 기자와 동행한 사람들은 대부분 유럽 아시아 미국 등지에서 온 기자들이었다. 소형 관광버스를 타고 오전 11시 사고 현장에 들어서자 황량한 벌판이 펼쳐졌다. 가이드는 “본래 초목지대였는데 이제는 동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가이드가 땅바닥에 방사성 물질 측정기를 갖다대니 요란한 경보음이 터졌다. 방사선 수치가 위험 수준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외신 기자단과 일반 관광객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쉴 새 없이 사진기 셔터를 눌렀다. ‘하드록 카페 체르노빌’이라고 쓴 티셔츠를 입은 가이드도 사람들이 너무 원자로 가까이에만 가지 않으면 신경 쓰지 않았다.
원전에 다가가자 콘크리트로 덮어씌운 부분이 보였다. 가이드는 “세월이 흐르면서 콘크리트로 막았던 게 제 기능을 못한다. 원자로 안에서 생기는 방사성 물질 대부분이 밖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체류 3일을 넘기지 않으면 괜찮다”고 말했다. 원전 내부뿐 아니라 원전 폭발로 건설이 중단된 놀이공원도 구경할 수 있고 방사성 물질을 피해 사람이 떠난 인근 마을도 돌아다닐 수 있다. 반바지를 입거나 손으로 직접 만지지만 않으면 모두가 안전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예 체르노빌 관광 수입을 늘려 정부 예산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연간 2000명만 체르노빌 방문을 허락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6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편 18일 기자와 인터뷰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빈스 노박 ‘원자력안전담당 이사는 체르노빌의 향후 처리 방안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EBRD는 문제가 된 원전 4호기를 완전히 감쌀 수 있는 돔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지만 호리병 밖으로 나오면 절대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며 주의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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