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타 우크라이나’라는 말은 ‘여기는 우크라이나’라는 뜻. 그러나 요즘 이 말은 ‘우크라이나는 원래 문제가 많은 곳’이라는 뜻으로 더 자주 쓰인다. 기자가 처음 이 말을 들은 건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이튿날(15일)이었다. 키예프 호텔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이 식당은 4일 넘게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식당 주인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 생산이 중단된 이후 잠깐씩 전기가 끊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인류 최악의 원전사고를 경험한 우크라이나인들은 “원전공포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전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지 않느냐, 결국 원전을 운용하는 사람들의 문제이므로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4호기는 1986년 폭발했지만 1∼3호기에서 발전을 완전히 멈춘 건 2000년이다. 인류 최악의 원전 사고를 경험했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여전히 원전 4곳에서 원자로 15기가 전기를 만들고 있다. 2004년에는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원자로 2기를 새로 추가하기도 했다.
이달 18일 당시 사고 때 사태 수습에 투입됐던 재향 군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원전 자체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작았다. 한 달간이나 헬기에서 원자력 냉각 작업을 벌였다는 나이도노프 볼리디미르 씨(58)는 “한 과학자가 엉뚱한 실험을 하려다 너무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이 사고는 원전 자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실수였다”며 “원전이 없다는 건 전기가 없다는 말과 같다. 원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젊은이들 생각도 비슷했다. 19일 찾은 국립 체르노빌 박물관에서 사태 수습에 썼던 탱크 위에 올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던 올가 군(15)은 “이 박물관은 똑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는 경고를 주는 곳이지 원전을 포기하라고 만든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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