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왕실 ‘세기의 결혼식’]英국민 ‘윌리엄 세가지 매력’에 빠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9일 03시 00분


모친 이혼-사망 아픔딛고 ‘미래의 영국왕’으로 성장
국민들에게 새 희망 심어

“윌리엄, 너는 영국의 왕이라는 중대한 책무를 갖고 태어났다. 그것은 너의 영향력을 선한 일과 너보다 불행한 사람을 위해 행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야.” 고 다이애나 비가 어린 윌리엄 왕세손의 손을 잡고 항상 했던 말이다.

노쇠한 여왕, 무기력해 보이는 찰스 왕세자에게 지친 영국 국민들은 모친을 잃고도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란 ‘미래의 영국 왕’에 열광하고 있다. 윌리엄 아서 필립 루이 왕세손은 1982년 6월 21일 세인트메리병원에서 태어나자마자 왕위 계승서열 2위가 되면서 ‘미래의 배우자는 누가 될까’, ‘취미는 무엇일까’ 등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그만큼 자연스러운 준비 과정을 거친 남자다.

▽준비된 남자=
다이애나 비는 윌리엄과 해리를 수시로 패스트푸드점과 놀이공원, 백화점, 마켓 등에 데리고 다니며 일반인의 삶과 열린 자세를 가르쳤고 또래의 삶을 경험하게 해줬다. 윌리엄이 신부의 고향 버클베리의 작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했던 것은 서민과 소통하려는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영국 가디언지는 보도했다.

▽강한 남자=14세에 부모가 이혼하고 15세에 어머니가 사망하는 아픔을 겪은 윌리엄은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 해군, 공군을 거치며 조종사 자격증까지 땄고, 수색과 구조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왕위 계승 2위라는 이유 때문에 동생 해리와 달리 전장에 배치되지는 못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또 축구를 광적으로 좋아한다. 윌리엄의 축구 경기를 자주 본 라디오 해설가 마틴 브루스 씨는 “지난주에도 경기장에 나와 깜짝 놀랐다. 모두가 결혼식을 앞두고 얼굴에 상처가 나면 어떻게 하나 우려했지만 본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따뜻한 남자=윌리엄은 인권과 시민활동에 전념했던 다이애나 비를 쏙 빼닮았다는 말도 듣는다. 참전용사 재단은 물론 에이즈나 노숙인 단체, 야생동물보호재단에 이르기까지 수십 개의 각종 재단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한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런던의 한 다리 근처에서 일부러 노숙을 하기도 했다.

윌리엄은 “추운날 밤 바깥에서 자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노숙인의 고통을 알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모친의 죽음에 언론이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미디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왕실 출입 기자들과 수시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얘기를 경청한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지가 전했다.

런던=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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