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 ‘세기의 결혼식’]로열웨딩, 英 경제엔 ‘得보다 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30일 03시 00분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60억파운드 생산 손실
관광수입은 10억파운드… 경기부양 효과적어

29일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바다 건너 영국 런던에서 거행된 윌리엄-케이트 커플의 결혼을 축하해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을 의미하는 청색-백색-흰색의 조명으로 건물을 장식했다. 전 세계 8500명의 기자가 런던에 모였고 20억여 명이 결혼식을 지켜봤다. 가히 ‘세기의 결혼식’다웠다. 영국 왕실은 찰스 왕세자와 고 다이애나비의 불화와 이혼, 사고사 등으로 망가졌던 왕실의 이미지가 이번 결혼으로 쇄신되고 침체돼 있던 왕가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는 세계의 뜨거운 관심과 런던에 몰려든 관광객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혼식이 침체에 빠진 영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효과는 기대보다 적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28일 관광객 특수의 직접 수혜자인 호텔업을 중심으로 최대 10억 파운드(약 1조8000억 원)의 경제 효과를 예상했다. 그러나 결혼식 날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며 제조업 중단에 따른 하루 생산 손실(60억 파운드·약 10조7000억 원)을 감안하면 경기 부양 효과는 없는 셈이다. 게다가 노동절인 다음 달 1일까지 연휴가 이어져 손실이 더 크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가 결혼한 1981년에도 관광산업을 빼고는 경제 전반이 위축됐었다.

또 왕실 결혼으로 소란스럽다며 해외로 빠져나가는 영국인이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 수 못지않은 것도 경제 효과를 반감시킨다.

영국 금융컨설팅업체인 인베스텍의 필립 쇼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왕실 결혼이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5%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날 윌리엄 왕세손 측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결혼식 비용은 여섯 자리 수(10만 파운드·약 1억8000만 원) 정도일 것”이라고 전했다. 세간의 예상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연회 요리사 등 결혼식에 동원된 인원 대부분이 왕실 직원이기 때문이다. 결혼식장인 웨스트민스터 사원 임차료는 무료다. 미들턴 씨의 부모도 일부 비용을 나눠 냈다. 전반적으로 왕실이 경기 침체와 긴축 재정에 따른 여론을 의식했다는 평이다. 다만 결혼 비용 외에 경찰관 5000명 이상이 동원되는 보안 비용은 최소 1100만 달러(약 118억 원)로 추산된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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