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전문가인 일본 총리실 보좌관이 “현재 일본 정부가 유치원생과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설정한 연간 방사선 피폭 한도가 너무 높다”며 사표를 던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는 “타당한 기준”이라는 견해여서 양쪽에 끼인 현지 주민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불안한 상황이다.
도쿄대 교수이기도 한 고사코 도시소(小佐古敏莊) 관방참여는 정부가 4월 19일 유치원생과 초중학생을 포함한 모든 민간인의 연간 한도를 기존의 1mSv(밀리시버트)에서 20mSv로 상향 조정한 데 대해 “이를 용인하면 나의 학자 생명은 끝이다. 내 자녀라면 그런 방사선에 노출시킬 수 없다”며 4월 29일 사표를 냈다. 그는 “연간 20mSv나 되는 양에 노출되는 사람은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선 업무 종사자 중에서도 매우 적다”며 “하물며 이를 어린이에게 적용하는 것은 학문 및 휴머니즘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학생의 한도치를 1mSv로 하자고 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재검토해 달라”고 호소했다.
일본 내 원자력 분야 권위자가 ‘정부 대책이 위험하다’고 공언하자 정부는 긴급대응에 나섰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30일 “서로 견해가 달랐을 뿐이다. 정부는 관방참여 등의 논의를 토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언을 받아 대응해왔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학생 한도를 20mSv로 높인 것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권고치에 근거한 것으로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작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피폭 한도치를 정부에 제안하는 과정에서 정식 회의도 열지 않았고 전화 등으로 위원 5명의 의견을 받는 데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정책결정 과정 자체가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비상시 피폭 한도를 20mSv로 올린 것이 ICRP 권고치 내에 있는 것은 맞지만 상당히 높은 수치인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한국 미국 일본 등 대부분 국가는 평소엔 1mSv를 연간 허용치로 규정하고 있지만, 원전사고 등 비상시엔 이를 높인다. ICRP는 긴급 상황에선 20∼100mSv, 사고 수습단계엔 1∼20mSv를 제시하고 있다.
ICRP의 유일한 한국인 위원인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상시 피폭 한도는 원전사고 정도와 피해지역 범위, 인구 등을 감안해 정부가 탄력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일본의 20mSv 자체를 두고 높다 낮다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20mSv가 상당히 높은 것은 틀림없다. 한국은 최근 10년 동안 원전 작업원조차 연간 피폭량이 20mSv를 넘긴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규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선임연구원은 “ICRP가 긴급 시 허용한 20∼100mSv는 성인 기준으로, 방사선에 훨씬 민감한 아동과 청소년에게까지 일률 적용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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