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사살]빈라덴 갔어도 ‘점조직’ 알카에다는 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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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일 03시 00분


본부 지휘없이 지부별 활동
빈라덴은 ‘상징적 지도자’… 알자와히리 등 후계자 거론

오사바 빈라덴의 사망이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에 주는 심리적 타격은 크다. 20년간 알카에다의 지도자이자 상징이었던 그는 은신 중에도 영상메시지 등을 통해 성전을 촉구하며 전 세계 알카에다 조직을 결집시켰다. 알카에다 조직에 들어가는 신입대원들은 누구나 빈라덴에 대한 충성서약을 할 정도로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의 사망이 알카에다의 활동에 미칠 실질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지도부 구성이나 체계가 많이 바뀌면서 10년 전과는 다른 조직이 됐다는 것. 40개 이상의 국가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는 느슨한 조직체계로 이뤄진 점조직으로, 상당수가 본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게다가 빈라덴은 9·11테러 이후 사실상 종적을 감추면서 알카에다의 운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로 불리는 예멘 지부는 2009년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 폭발 시도 등 잇단 자생적 테러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긴장시키는 주요 테러의 근원지로 부상했다. 북아프리카 지부인 ‘이슬람 마그리브 알카에다(AQIM)’도 자체적인 테러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알카에다 전문가인 바버라 수드 씨는 “빈라덴은 선전선동 차원의 지도자이거나 이름만 남은 형식적 지도자”라고 말했다. 급진적테러연구센터(CSTR)의 다비드 가르텐슈타인로스 국장도 “빈라덴 사살이 알카에다라는 조직 전체를 없앤 것은 아니다”라며 “빈라덴 같은 역할을 할 다른 지도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빈라덴의 뒤를 이를 후계자로는 알카에다의 2인자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해온 아이만 알자와히리(60)가 거론된다. 이집트 태생의 의사 출신인 그는 지난해 9·11테러를 기념하는 음성메시지를 내보내는가 하면 최근에도 동영상을 통해 아랍권의 재스민 혁명과 관련해 언급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AQAP의 지도자 안와르 알올라키(40)도 핵심 인물로 전 세계 정보당국이 예의주시해 온 인물이다. 아랍방송 알자지라는 “젊은 인물들이 지도자급 자리를 차지하는 추세”라며 알카에다 아프간 사령관으로 활동한 아부 야히아 알리비, 아히야 아브 알라흐만 등을 꼽았다. 이 밖에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알카에다 훈련 프로그램을 만든 사이프 알아델과 대변인을 맡았던 술라이만 아부 가이트, 동아프리카 지부에서 활동해온 파줄 압둘라 무함마드 등을 후계자 후보들로 거론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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