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를 직접 지시한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54)이 9년 7개월간 끈질기게 추적해온 미군에 1일 사살됐다. 미국은 알카에다가 2001년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와 워싱턴 펜타곤을 기습 공격해 3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뒤 빈라덴을 잡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전쟁도 불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일요일인 1일 오후 11시 35분경(미국 동부시간) 백악관에서 TV 생중계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미군 특수부대가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에 숨어 있는 빈라덴을 사살했으며 그의 시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빈라덴의 시신은 수장(水葬)됐고 그 지역은 비밀에 부쳐졌다. 빈라덴의 시신을 수장한 것은 매장할 경우 그의 묘지가 ‘테러리스트들의 성지’로 추앙받을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빈라덴이 파키스탄의 은신처에 숨어 있다는 단서를 확보하고 그동안 추적해 왔으며 기습작전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빈라덴이 사살됨으로써 미군 주도로 10년에 걸쳐 진행된 빈라덴 수색작업은 막을 내리고 테러와의 전쟁도 새 전기를 맞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빈라덴의 종말은 평화와 인간의 존엄성을 믿는 모든 사람의 환영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는 알카에다의 테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가족들에게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빈라덴 제거작전은 파키스탄 시간으로 2일 오전 1시 반(한국 오전 5시 반)부터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요원 20여 명이 헬기를 통해 아보타바드 현장에 투입돼 약 40분간 펼쳤다. 빈라덴은 현장에서 총을 들고 저항하다 머리에 총격을 받고 숨졌다. 빈라덴의 아들 1명을 포함해 다른 남녀 4명도 숨졌으며 빈라덴의 자녀 6명과 부인 2명 및 측근 4명이 체포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빈라덴은 사망했지만 테러와의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알카에다의 미국을 향한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는 2일 빈라덴의 사망으로 전 세계 미국 공관이 반미 테러세력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며 경계령을 발동했다. 또 해외를 여행하는 미국인에게 여행주의보를 내렸다.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유럽 각국은 빈라덴 제거를 환영하면서도 알카에다의 보복테러 가능성을 우려해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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