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아라비아海 북부해역에 수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일 02시 10분


미 당국 "수장전 이슬람 종교의식 거행"
일부 무슬림 지도자들 "이슬람전통 위반" 비난

미군에 사살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시신이 아라비아해에 수장됐다.

3일 영국 더 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미국 시간으로 1일 새벽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에 사살된 빈 라덴의 주검은 이슬람 종교의식을 거쳐 2일 새벽 아라비아해 북부 해역에 묻혔다.

그의 시체는 일단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군 기지로 옮겨졌다가 아라비아해 북부 지역에서 작전 활동을 펼치던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로 다시 이송돼 장례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미 국방부의 한 당국자는 "수장 절차가 미국 동부시간 기준 2일 새벽 1시10분 경 시작됐으며, 2시 경 끝났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사자의 주검은 씻겨진 다음 하얀 천위에 놓였다"고 설명하고 시체가 물에 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량이 나가는 추를 매단 시신수습용 백에 담겼다고 밝혔다.

이어 군 관계자가 이슬람교 의식에 따른 장례절차를 진행했고, 현지인이 이를 아라비아어로 통역했다. 의식이 끝나고서 시신은 바다에 내려졌다.

미군 당국은 시신을 사망 후 24시간 내에 매장하는 이슬람 관례를 존중, 빈 라덴의 시신을 신속히 수장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으로서는 빈 라덴을 제거하고 그 시신을 누구도 찾지 못할 곳에 두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방책이었을 것으로 더 타임스는 분석했다.

미국은 우선 빈 라덴을 사살하면서 그가 생포됐을 경우 법정에서 지지세력 결집과 반(反) 서방 이데올로기 전파에 나설 기회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또 시신을 수장함으로써 그 지지세력의 분노가 분출할 장례식이 열리고 테러리스트들의 영원한 성지가 될 무덤이 생겨나는 것도 막았다.

미국 입장에서는 빈 라덴의 모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특정 국가와 시신인도를 둘러싼 협상을 벌이기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일부 이슬람교 지도자들은 극히 예외적 경우가 아닌 한 시신 수장은 이슬람 전통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원래 이슬람 신자가 사망하면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영어명 마호메트)의 탄생지인 사우디 메카를 향해 망자의 머리를 둔 채 무덤에 매장한다.

수장은 사람이 배에서 사망했을 경우나 시신을 뭍으로 옮기기에는 너무 멀어 부패가 우려되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게 이슬람교 지도자들의 설명이다. 레바논의 한 이슬람교 지도자는 "미국인들은 빈 라덴을 수장함으로써 무슬림을 욕보이길 원한다"고 격분했다.

수니파인 모로코의 한 변호사는 "과반수 무슬림은 빈 라덴과 그의 잔혹한 투쟁에 대해 티끌만 한 동정심도 없지만, 그의 장례절차가 전반적으로 통용되는 이슬람 규율을 침해했다는 점은 이슬람교에 대한 불필요한 무례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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