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IA, 위성사진에 찍힌 빈 라덴 집 보고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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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4일 03시 00분


[빈라덴 사살 이후]기술 두려워한 빈라덴, 美 첨단기술에 ‘최후’
심복의 전화 한 통… 그걸 잡은 감청망… 추격전 종결 결정타

10년간의 지루한 추적극을 끝낸 건 단 한 통의 전화였다. 그리고 미국이 자랑하는 최첨단 장비들과 범죄드라마 CSI에 등장하는 과학적 수사기법이 총동원됐다. 미국의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 성공은 저인망식 심문과 탐문 등 노동집약적 기법과 더불어 미국의 최첨단 과학기술이 결합된 극적인 드라마였다.

1일 밤(파키스탄 시간)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요원 20여 명이 나눠 탄 블랙호크 헬기 2대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기지를 발진했다. 치누크 헬기 2대도 지원을 위해 파키스탄 기지에서 출동했다. 같은 시간 워싱턴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안보팀 멤버들이 긴장된 얼굴로 백악관 상황실에 모여들었다.

작전에 동원된 요원은 모두 79명.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2일 오전 1시 반경 빈라덴의 은신 저택 안쪽 마당에 착륙한 요원들이 진입하자 빈라덴 부하들은 로켓식 유탄 발사기 등을 발사하며 저항했다. 40분간의 숨 막히는 교전 상황은 요원들의 헬멧에 장착된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백악관 상황실 스크린에 동영상으로 전송됐다. 작전 개시 약 30분 만에 3층 침실에서 빈라덴이 발견됐다. 잠을 자고 있었는지 헐렁한 긴 옷 차림이었다. 곧이어 요원이 빈라덴 사살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제로니모 E-KIA”라고 보고하자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잡았다(We got him)”고 외쳤다.

요원들은 현장에서 바로 빈라덴 얼굴을 카메라로 찍어 본부로 송신했다. 얼굴인식 프로그램을 돌린 결과 순식간에 ‘95% 일치’라는 답이 왔다. 유전자(DNA) 분석도 99.9%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 정보당국은 2005년 보스턴에서 뇌종양으로 숨진 빈라덴 여동생의 뇌세포 조직 DNA를 미리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고 ABC방송이 전했다.

빈라덴은 자신의 위치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전화도 인터넷도 사용하지 않는 ‘로테크(low tech)’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빈라덴이 사람을 통해서만 외부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던 미 중앙정보국(CIA)은 빈라덴의 밀사를 뒤쫓으면 ‘결정적 단서’가 나올지 모른다고 판단했다. CIA가 주목한 밀사는 쿠웨이트 출신의 셰이크 아부 아메드. CIA는 수년간 아메드의 거처를 알아내기 위해 애써 오다 마침내 지난해 중반 아메드가 은신처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CIA가 주목하던 또 다른 테러조직원에게 전화를 건 것을 감청한다. 아메드는 CIA가 위치추적을 할 수 있을 만큼 긴 통화를 했다. 추적 범위를 좁힌 CIA는 지난해 8월 그가 아보타바드의 한 주택을 드나들고 있음을 확인했다. CIA는 그가 살고 있는 위치가 산악지대가 아닌 아보타바드의 도심 주택가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아메드는 이번 공격 교전과정에서 사망했다.

CIA는 국가정보국(NSA), 국립지리정보국(NGA) 등과 함께 첨단 감청기기와 초정밀 군사위성, 위성 사진촬영을 통해 빈라덴의 은신 저택에 대한 정밀지도를 만들어냈다. 담 및 본관 건물의 높이까지 정확히 계산했다. 요원들은 빈라덴이 살던 집까지 똑같이 만들어 작전 예행연습을 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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