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공적 1호’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를 찾아내는 과정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행정부 고위당국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빈라덴 사냥’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 뒷이야기를 상세히 전했다.
2010년 7월 빈라덴이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에 은신해 있다는 단서를 잡은 중앙정보국(CIA)은 수개월간의 분석을 통해 빈라덴이 이곳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잠정적인 판단에 이르렀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신중한 행동을 주문했다. 알카에다 무장세력과 탈레반이 밀집해 있는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접경지대에서 벌어졌던 잦은 민간인 오폭에 따른 비판도 오바마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미루게 하는 요소였다. 빈라덴의 은신처 파악은 외교안보팀 내 소수 이너서클만이 공유하는 일급비밀이었다.
3월 14일 오바마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보회의가 소집됐다. 리언 패네타 CIA 국장은 은신처 공격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3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요원을 동원한 헬리콥터 공격, B-2 폭격기를 동원한 폭격, 파키스탄과의 공동 군사작전이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헬리콥터 공격은 너무 위험하다며 정밀 유도탄을 이용한 공격을 진언했다. 하지만 철통같은 요새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개당 2000파운드(약 907kg)가 넘는 폭탄 32개를 쏟아 부어야 하고 빈라덴을 확실히 사살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작전은 제외됐다.
4월 28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외교안보팀 회의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1993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작전 중 반군의 공격으로 추락했던 ‘블랙호크’ 헬기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회의 도중에 “빈라덴이 있다는 정말 결정적인 증거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당일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회의를 끝냈고 16시간 장고 끝에 29일 오전 8시 “한번 해보자”며 헬리콥터 공격을 결정했다. 모임 참석자는 토머스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 데니스 맥도너 부보좌관,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보좌관 등 딱 4명이었다. 백악관은 이달 1일 백악관 웨스트윙 외부 손님 방문을 모두 취소하고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오후 2시 CIA 상황실에서 현장을 지휘하는 패네타 국장의 영상 브리핑이 시작됐고 아프가니스탄의 잘랄라바드를 이륙한 4대의 헬리콥터가 막 파키스탄 국경을 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백악관 상황실에 모인 오바마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은 각본 없이 진행되는 빈라덴 사살 작전을 초조하게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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