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빈라덴 생포후 가족앞에서 사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5일 03시 00분


아랍 언론 “현장 있던 12세 딸이 정보국에 진술”美와 갈등 파키스탄의 언론 플레이 가능성도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될 당시 비무장상태였다는 백악관 발표가 나오자 이슬람 세계는 물론이고 유럽의 일부 전문가들까지 미국의 빈라덴 사살 행위에 대한 적법성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행정부 총리는 “아랍의 성스러운 전사를 살해한 행각을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단체의 대표 아미드한은 “무슬림은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장례는 존중해준다”며 “장례식에서 기도를 올려야 하고 ‘바다가 아닌’ 땅에 묻기 전 흰 천으로 감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는 “미군의 작전은 분명한 국제법 위반으로 아랍세계에 엄청난 결과를 몰고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비난에 대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당시는 매 순간 언제라도 총격전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미군 특수부대 요원들은 고도의 전문성에 입각해 현장 상황에 대처했다”고 반박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위원회 법률 자문이었던 존 벨링커 3세는 “빈라덴이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있다는 판단이 들거나 그가 집안의 어떤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였다면 그를 죽일 충분한 근거는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시 법률 전문가인 스콧 실리먼 듀크대 교수도 “보호안경을 쓴 특수부대요원들이 어두운 방에서 그가 비무장상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아랍권 위성보도채널 알아라비야는 4일 파키스탄 정보당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군 작전 당시 현장에 있었던 빈라덴의 딸은 ‘미군이 1층에 있던 빈라덴을 사로잡은 뒤 가족들 앞에서 사살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 딸이 빈라덴과 다섯 번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피아(12)라고 전했다. 알아라비야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보당국은 미군의 작전 종료 후 시신 4구를 수습하고 미군이 결박해 놓은 여성 2명과 2∼12세 어린이 6명을 연행했다. 파키스탄 관리들은 미군이 이들을 데려가지 않은 것은 작전에 동원된 헬기 4대 중 1대가 추락해 헬기 수용 능력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파키스탄 일간지 인터내셔널더뉴스는 파키스탄 정보당국자들을 인용해 “파키스탄 경찰은 빈라덴이 저항하지 않았으며 미군에겐 단 한 발의 총도 발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들은 파키스탄 정부, 특히 정보국(ISI)이 빈라덴 비호 의혹을 놓고 미국 정부와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파키스탄 관리들이 언론에 흘린 것이어서 신뢰도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 적지 않다. 한편 미국의 ABC방송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빈라덴이 비상시에 대비해 지폐 500유로와 비상 연락전화번호 2개를 의복에 바느질을 해 숨겨두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예멘 남부 아비안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알카에다 지도자는 4일 AFP통신에“그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조만간 성전을 감행할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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