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사살 이틀만에… 탈레반 보복공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6일 03시 00분


아프간 한국 PRT기지 올들어 6번째 로켓포 피격

아프가니스탄 파르완 주 차리카르 시의 한국 지방재건팀(PRT) 기지가 4일 오후 9시 반(현지 시간) 또다시 로켓추진 총유탄(RPG-7) 공격을 받았다. PRT 기지에 대한 로켓 공격은 올해 들어 여섯 번째이지만 2일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된 지 이틀 만의 공격이어서 정부는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보복성 공격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합동참모본부와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한국 PRT 기지에는 로켓포 네 발이 발사돼 이 중 두 발이 기지 내부에 떨어졌다. 나머지 두 발 중 한 발은 기지 바깥에 떨어졌고 한 발은 공중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합참 관계자는 “인명과 장비 피해는 없었고 기지 연병장과 경찰훈련센터 공사 현장 인근에서 로켓포 추진체와 파편 조각을 수거했다”며 “로켓포의 발사 지점은 한 곳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공격 직후 기지를 지키는 한국군 오쉬노부대가 신속대응부대(QRF)와 헬기로 주변 지역을 정찰했으나 공격 주체를 확인하지 못했다.

오쉬노부대는 감시초소 증강과 순찰 감시장비 강화, 필수 작전 이외 영외활동 제한, 신속대응부대의 출동대기 태세 유지 등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 기존 로켓포 공격과 같은 패턴?


정부 당국자는 “공격의 패턴이 기존과 비슷해 이번 공격 주체도 올해 PRT 기지를 공격한 세력과 같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 당국은 기존 공격이 지난해 PRT 기지가 현지 경호업체를 교체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전 경호업체 직원들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해 왔다.

이번 공격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오후 9시∼밤 12시에 일어났다. 공격 무기도 이전 공격에서 주로 사용된 RPG-7(최대 사거리 1∼1.5km)로 밝혀졌다. 정부 당국자는 “사거리가 짧은 RPG-7로 낮에 공격하면 공격 지점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밤 시간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대원과 PRT 요원들이 활동하지 않고 숙소에 머무는 시간을 노려 공격한 점을 봐도 조직적 테러나 살상 목적보다는 불만으로 인한 위협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 불만 없앴는데…빈라덴 사살 보복?


그럼에도 정부는 빈라덴이 사살된 지 얼마 안 돼 공격이 발생한 점에 주목했다. 3일 AF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빈라덴을 순교자로 부르며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지하드(성전)를 결의했다.

오쉬노부대장인 김무수 대령은 지난달 25일 부대를 방문한 기자들에게 “히그(HIG)라는 저항운동세력이 최근 탈레반과 연계해 동맹군을 공격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특히 3월 3일과 24일의 공격은 RPG-7이 아니라 최대 사거리가 10∼12km에 달하는 다연장로켓(BM-1) 공격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로켓포 공격의 연쇄 발생 이후 경호업체 교체로 인한 불만 요인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실직한 전 경호업체 직원 30여 명의 재취업 등을 도왔다. 이에 따라 지난달 4일 공격 이후 한 달 넘게 공격이 없어 불만요인이 사라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공격이 빈라덴 사살의 보복 공격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아프간 현지 언론인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는 “탈레반이 한국 기지를 공격했다”고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종전에도 탈레반은 두 차례나 자기들이 한국 기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며 “크게 신빙성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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