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니’ 보커스도 “한미FTA 찬성” 돌아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6일 03시 00분


■ 美 비준절차 본격 돌입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4일 기자들과의 콘퍼런스 콜(전화를 통한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오늘 무역대표부(USTR)가 의회에 한미 FTA 실무협의에 착수하자는 서한을 의회에 보낸 것은 비준을 위한 의회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실무협의는 행정부가 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공식 제출하기 바로 전 단계로 행정부와 FTA 소관 상임위원회인 상원 재무위, 하원 세입위 참모들이 한다. 협의가 마무리되면 주요 의원이 참여하는 ‘모의 축조심의(mock-markup)’가 진행된다. 이 같은 비공식 협의과정을 거치면서 주요 쟁점 사안이 대부분 정리된다. 이후 행정부는 이행법안을 의회에 공식 제출하고 의회는 법안이 제출된 시점부터 90일 이내에 비준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쟁점들이 실무협의 과정에서 대부분 정리되기 때문에 법안 제출 후 4∼5주 내에 비준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미 행정부의 설명이다.

한국과 파나마, 콜롬비아 등 3개국과의 FTA 실무협의는 5일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이행법안에 대한 의회의 표결은 별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표결의 순서와 형식, 시기에 대해서는 수일 또는 수주 안에 의회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면서 “3개국과의 FTA 법안은 별개이기 때문에 의회가 개별 안으로 처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공화당 쪽에서는 일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 처리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그동안 한미 FTA 의회 비준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민주·몬태나)은 4일 성명을 통해 “비준안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단, 한국 쇠고기 시장의 완전개방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미국 축산업의 본고장인 몬태나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보커스 의원이 작심할 경우 FTA 주무 상임위인 상원 재무위에서 비준안을 상정하지 않은 채 계속 시간을 끌 수 있다.

론 커크 USTR 대표는 이날 보커스 위원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한미 FTA가 정식 발효된 뒤에 한국 측에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커스 위원장은 ‘한미 FTA 선(先)비준, 쇠고기 개방협상 추후 착수’라는 정부 안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촉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을 촉구했다. 미 농무부는 미 육류수출협회(USMEF)에 향후 5년 동안 1000만 달러의 홍보판촉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문제와 관련해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2008년 한미 간에 협의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재확인한 것이며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한국으로부터 어떤 새로운 약속은 없었다”고 밝혔다. ‘선비준 뒤 쇠고기 협상 착수’를 조건으로 보커스 의원의 마음을 바꿔놓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쇠고기 문제에 대해 한미 간에 뭔가 진행된 게 있는 건 아님을 미 행정부가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한덕수 주미대사는 5일 오후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의장실에서 만나 한미 FTA 비준을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앞서 베이너 의장은 4일 한미 FTA를 비롯한 3개 FTA의 의회 비준동의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 이뤄진 것을 환영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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