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라덴 기습 작전에서 미군이 사용한 작전명 ‘제로니모(Geronimo)’를 두고 미국 인디언들의 반발이 거세다.
‘제로니모’(1829∼1909)는 19세기 미국 인디언 아파치족 추장으로 인디언 영토를 식민지화하려 했던 미국인에게 저항했던 인물. 빈라덴이 10년간 신출귀몰한 행보를 보이자 체포와 탈주를 반복했던 제로니모에 빗대 작전명이 지어졌다. 제로니모 후손들은 이 작전명이 인디언에 대한 모욕이라며 항의했다.
제로니모의 증손자 할린 제로니모 씨는 5일 상원에 낸 성명에서 “빈라덴과 제로니모를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인디언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원주민 권익보호 단체의 수전 숀 하르조 회장은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역사를 거스르는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분노했다. 원주민 출신의 민주당 대니얼 아카카 상원의원(하와이)도 “빈라덴 사살은 미국을 하나로 뭉치게 했지만 이런 작전명은 불행한 일”이라고 아쉬워했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미 정보기관이 특정 인물을 부르는 암호명에는 그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후광(Halo)’, 워터게이트 사건의 주역인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서치라이트(Searchlight)’, 세라 페일린 전 부통령 후보의 남편 토드 페일린 씨는 영국 석유회사 BP의 생산 현장 책임자 경력 때문에 ‘시추공(Driller)’이라는 암호명이 붙었다. 냉전시대 쿠바 관련 인사들의 암호 앞에는 ‘AM’이 붙었다. 피델 카스트로는 ‘흉악범(Thug)’, 과거 의사였던 혁명동지 체 게바라는 ‘돌팔이 의사(Quack)’라는 별칭이 붙어 각각 ‘AMTHUG’, ‘AMQUACK’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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