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군 탱크, 민간인 거주지 포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2일 00시 13분


"19명 사망"…美의원 "시리아 정부 강경진압, 리비아 닮아"
시리아 거주 팔' 난민 지원활동도 중단

시리아군이 11일(현지시각) 탱크를 동원해 민간인 거주구역을 포격하는 등 민주화 시위대에 대한 무력진압의 강도를 높이면서 이날 하루만 최소 19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현지 인권운동가들이 주장했다.

특히 시리아 유혈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시리아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유혈진압이 서방의 군사개입을 불러온 리비아 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 인권운동가인 나자티 타야라는 이날 "탱크 포탄의 폭발음과 중기관총의 발사음으로 홈스의 지축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정부군 탱크가 민간인 거주지에서 발포한 이후 홈스의 국립병원에는 최소 5명의 시신이 안치됐다고 말했다.

타라야는 또 군부대 저격수가 홈스의 인샤아트 지역 인근에서 시리아 기독교인의 머리를 조준사격해 숨지게 했다면서 이는 종교 간 갈등을 부추겨 민주화 시위대의 전열을 흩뜨려 놓으려는 군 당국의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탱크를 동원해 민간인 거주지역을 공격하는 것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전(前) 대통령이 약 30년 전 대규모 시위 진압에 사용했던 방법이다.

1970년대부터 집권했던 하페즈 전 대통령은 1982년 중부 하마 지역에서 수니파 이슬람 교도의 시위가 발생하자 탱크를 동원해 무력진압에 나섰고, 국제 앰네스티(AI)는 당시 사망자가 최고 2만5000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했다.

특히 당시 대규모 인명피해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시리아 국민들은 아사드 대통령이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정권을 유지했던 하페즈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인권운동가인 아마르 쿠라비도 시위대 거점도시 다라 인근 알하라 지역에서 군의 탱크 공격과 저격수들의 발포로 8살 난 남자아이와 간호사를 포함해 민간인 13명이 숨졌으며, 주변 다른 도시에서도 시민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터키 국경과 인접한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에서는 대학생 2000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과 유혈진압 중단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군경과 친정부 시위대에 의해 해산됐다.

그런가 하면 시리아 관영 뉴스통신인 사나(SANA)는 이날 군 대변인을 인용, 홈스와 남부 다라에서 군부대가 '무장 폭도'와 충돌해 장교 1명과 병사 1명이 숨지고 다른 5명의 병사가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사나는 군병력이 '무장 폭도'를 계속 추적하고 있고, 홈스의 바브 아므르 지역과 다라의 외곽 지역에서 다량의 무기와 탄약 등을 압수했다고 전했다.

사나는 또, 정부가 앞으로 2주 안에 '국제적 기준'을 충족할 선거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정치개혁을 단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홈스와 다라 지역을 휩쓸고 있는 폭력 사태로 난민 구조활동이 중단된 상태라며 시리아 당국에 난민에 대한 지원 작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크리스토퍼 구니스 UNRWA 대변인은 "시리아의 소요 사태로 다라와 그 주변, 그리고 홈스의 난민촌에 대한 지원 활동이 중단됐다"며 "이로 인해 5만 명의 난민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과 4차례의 중동전쟁 등으로 고향 땅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 난민 중 47만5000명이 현재 시리아에 거주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3월15일부터 반정부 시위가 매일 같이 일어나고 있고, 그간 7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인권단체들은 파악하고 있다.

아사드 대통령의 사촌 동생인 라미 마크루프는 최근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자리를 지킬 것이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40대 초반인 마크루프는 통신회사인 '시리아텔' 등 여러 기업과 은행, 호텔 등을 소유하는 등 아사드 대통령의 비호 속에 시리아 최대 재벌로 군림하고 있다.

한편, 시리아 정부의 시위대 강경진압으로 사상자 수가 계속 증가하면서 국제사회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지금껏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피해온 미국이 시리아 정부가 집권의 적법성을 잃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등 정권 퇴진을 촉구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시리아 정부가 시위대에게 사용하는 억압적 대응책은 무고한 시민을 집단으로 처벌하는 '야만적' 방법이라고 비판하며, 야만적이라는 단어는 미국이 공식석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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