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향기와 함께 떫은맛으로 사랑받는 재스민은 중국에서 차(茶)의 재료로 널리 쓰인다. 재스민을 뜻하는 한자어 ‘모리화(茉莉花)’는 지난해 상하이 엑스포 등 각종 행사에서 연주될 정도로 유명한 중국 전통 민요 제목이기도 하다. 지난해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 평화상 궐석 수상식에서도 바이올린으로 연주되기도 했다.
이런 재스민이 때 아닌 된서리를 맞고 있다. 중국 정부의 황당한 판매 금지 조치에 이어 정체불명의 루머에까지 휘말리더니 가격까지 폭락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11일 중국에서 재스민의 도매가가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올여름 중국 남부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제 재스민 문화축제도 취소되는 등 관련 행사들도 속속 취소되고 있다.
발단은 2월 시작된 튀니지 혁명. 나라꽃 이름을 따서 ‘재스민 혁명’으로 불린 튀니지발 민주화 운동의 열풍이 불자 중국 정부는 ‘이집트’ ‘튀니지’ ‘재스민’ 등의 검색어를 인터넷과 휴대전화 메시지에서 차단시키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때만 해도 민주화를 뜻하는 상징적 의미에 머물렀던 재스민 혁명은 3월 초부터 중국에서 재배되던 ‘진짜 재스민’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신문에 따르면 베이징 공안당국은 이때부터 베이징 일대 도소매 꽃시장에 대해 재스민 무기한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화훼 농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경찰들이 일일이 농가를 방문해 재스민이 판매금지 품목이라는 지침을 전했다”고 밝혔다.
피해는 고스란히 재스민 경작 농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베이징 남부 다싱(大興) 구에서 재스민을 경작하는 전웨이중 씨(47)는 “재스민 한 다발 도매가가 5위안(약 830원)으로 지난해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며 “원가에도 못 미쳐 팔면 팔수록 손해”라고 말했다. 그는 또 “TV 뉴스를 볼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 재스민과 혁명이 무슨 상관이냐”고 억울해했다.
중국 당국이 재스민 관련 조치에 대해 함구하자 재스민과 관련된 황당한 루머도 번지고 있다. 남부 베이징 지역에서는 재스민이 일본의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다는 둥 사람을 죽이는 치명적인 독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둥 근거 없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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