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지하 교회’ 활동을 해오던 기독교 종교 지도자 20여 명이 공개적으로 종교 자유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중국에서 종교 및 예배의 자유를 요구하는 집단행동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중국의 ‘미등록 지하교회(일명 가정교회)’의 지도급 인사 20여 명은 11일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장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고 촉구하는 청원서를 보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이들은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 및 저장(浙江) 성 원저우(溫州) 등 각 지역의 기독교 종교지도자들이다. 이들은 종교 자유와 관련한 독소 조항을 뺀 새로운 종교 자유에 대한 법률을 제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영국 BBC방송은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대담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공식 등록이 되지 않은 ‘미등록 지하교회’에 대해 대대적인 탄압을 해오자 위험을 무릅쓰고 공개적인 활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최근 집중탄압을 받고 있는 서우왕(守望)교회 사태를 예로 들면서 중국 당국이 전국에 걸쳐 지하교회 활동을 단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항의했다. 베이징 공안은 서우왕 교회에 대해 지난달 10일부터 5주째 매주 일요일마다 수십 명의 신도를 연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지도자 6명은 연금 상태다. 이달 10일에는 허난(河南) 성에서 한국인 개신교 목사와 그의 부인이 ‘지하교회’ 예배를 보고 나오다 현지 공안에 연행돼 하루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중국 헌법 36조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국가는 정상적인 종교 활동을 보호하고 종교를 이용해 사회질서를 파괴하고 공민의 신체건강을 손상시키며 국가 교육제도를 방해하는 것은 단호히 제압한다. 중국의 종교단체와 종교 사무는 외국의 영향력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사실 기독교는 가톨릭 이슬람교 불교 도교와 함께 중국 정부가 공인한 5대 종교에 들어간다. 하지만 중국당국은 중국인의 경우 ‘자치(自治) 자양(自養) 자전(自傳)’이라는 3자(自) 원칙을 지키는 등록 교회에 한 해 지정된 장소에서 이뤄지는 예배만 허용하고 있다. 외국인도 중국인에 대한 선교를 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예배가 허용돼 베이징 내 한국인 교회는 예배 시 여권을 제시해야 예배 장소에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중국당국이 허용한 ‘3자 교회’보다는 당국의 간섭을 받지 않는 소규모의 ‘지하 가정 교회’ 형태로 교인들이 폭증하고 있다는 것. 일반적으로 가정교회 한 곳의 신도는 50명 안팎. 가정교회는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들의 감시를 피해 하층민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민초운동이 배경이 됐다. 중국정부가 관리하는 ‘3자 교회’보다 신앙의 순수성을 더 강조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중국종교국은 지난해 지하교회가 약 80만 개, 신도 수는 약 6000만 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 내 분석가들은 중국당국이 지하교회 탄압에 나선 이유로 급증하는 기독교인들이 중국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기독교 신자 수는 1949년 중국정부 수립 당시 약 70만 명에 불과했으나 2002년 1600만 명으로 늘어나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억∼1억5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당국이 올 들어 지하교회의 단속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중동 아프리카에서의 ‘재스민 시위’ 확산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불평등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종교 활동을 위해 모이면 자연스럽게 정치적 자유 등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기독교가 번창하는 것에 대해 크게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첫째는 지식인이나 중산층 이상의 신자가 늘어남에 따라 소득 수준의 증가에 비례해 기본적인 권리인 종교 활동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경제가 발전하고 있지만 빈부 소득 지역 도농 간 격차가 커지면서 사회적 좌절감이 확산되는 데 따라 마음의 안식을 찾으려는 서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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