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정부인사라도 ‘굿맨’은 밀어주고…
부시가 10년전 임명한 FBI 국장, 오바마 ‘임기 2년 연장’ 의회 요청
9월 4일 10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날 예정된 로버트 뮬러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67·사진)은 1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이미 올해 초부터 전 세계 50여 개 지부를 순방하면서 임기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었던 그에게 국장직을 2년 더 맡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몇 주 전 에릭 홀더 법무장관으로부터 같은 제안을 받았을 때 “대통령의 요청이 있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던 그는 이날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위협과 국방부 장관 및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교체 일정 등을 감안했을 때 FBI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현 시점에서 필수’라며 설득하는 대통령의 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는 말로 수락 의사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뮬러 국장의 2년 임기 연장을 의회에 정식 요청했다.
그는 공화당 출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이른바 전 정부 사람이지만 전문성을 바탕으로 매끄럽게 일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초당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2001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단 한 명의 반대 표도 없이 만장일치로 인준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뮬러 국장은 10년간 FBI를 이끌면서 황금률(gold standard)을 만들었다”며 “법 집행과 국가안보 수호에 흠잡을 데 없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도 고위공직자로서 항상 전범이 되어왔다. 그는 골프를 좋아하지만 부인 이외에는 누구와도 골프를 같이 치지 않을 정도로 자기관리에 엄격하다.
임기 연장에 대해 일단 미국 의회 분위기는 호의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법 개정보다는 이번에 한해 예외를 인정한다는 정도에서 여야가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FBI 국장 임기를 10년으로 제한한 것은 초대 FBI 국장으로 활동한 에드거 후버 전 국장이 FBI 권력의 사유화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FBI 전신인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부터 48년 동안 사실상 종신 국장으로 재직한 후버는 FBI를 정치 사찰에 활용하면서 개인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10년 임기를 채운 FBI 국장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동료의원이라도 ‘배드맨’ 안봐주고… ▼ 윤리 위반한 의원 사퇴했는데도 상원 윤리위, 법무부에 수사 촉구
“법을 위반한 실질적이고 분명한 증거가 있다. (동료) 의원이 이미 자진사퇴한 상태라 의회가 처벌할 수 없으니 검찰이 수사해 처벌해달라.”
미국 상원 윤리위원회 바버라 복서 위원장은 12일 네바다 출신의 공화당 존 엔사인 전 의원(53·사진)의 연방선거법과 의회 윤리규정 위반 의혹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사법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미 의회에서 전현직 의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것은 1995년 이후 처음이다.
한때 공화당의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엔사인 전 의원은 2007년 자신의 재정담당 선거 참모였던 유부녀와 혼외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 2009년 6월부터 상원 윤리위의 조사를 받아왔다. 지난달 초 윤리위로부터 공개 증언대에 출석할 것을 요청받은 그는 “위법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나의 가족과 나의 고통이 끝나기를 바란다”며 의원직을 자진사퇴했다. 앞서 공화당 정책위원장직도 내놨고 총선 불출마도 선언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상원 윤리위는 계속 조사를 벌여 이날 보고서를 발표한 뒤 이를 사법당국에 통보한 것. 상원 윤리위는 엔사인 전 의원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혼외정사 상대 유부녀의 남편을 로비회사에 취업시키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하고 조사가 시작되자 증거가 될 만한 e메일을 지우고 관련 자료와 문서를 폐기했으며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거짓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또 엔사인 전 의원의 부모는 9만6000달러를 상대 부부에게 사건 무마용으로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윤리위는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특별조사관을 임명해 무려 72명의 증인을 인터뷰하는 등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 윤리위가 밝힌 엔사인 전 의원의 혐의는 모두 8가지로 보고서 분량만 75쪽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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