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범들과 뒤섞여 ‘카메라 세례’… 스트로스칸, 끝모를 추락

美법원 “프랑스로 도주 우려”… 악명높은 섬 구치소 독방 수감檢 “1급 성행위 등 6개 혐의”… 20일 두번째 법원심리 예정

16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에 위치한 맨해튼 형사법원. 흐트러진 머리에 수염도 깎지 않은 초췌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수갑을 찬 채 법정에 들어섰다. 전날 뉴욕경찰이 경찰차에 태우며 언론 포토라인 앞에 세울 때 입었던 검은 재킷과 바지, 회색 와이셔츠 차림 그대로였다. 그는 다른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홍채 인식기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뒤 법정에 들어섰다. 그리고 뉴욕 빈민가 뒷골목의 불량배 등 잡범들과 뒤섞여 피고석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가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는 사이 법원의 허락을 받은 사진기자들과 TV 카메라가 법정에 들어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잔뜩 움츠러들어 있는 그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미국 판사들이 법정에 방송 카메라 등을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관행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차례가 돌아와 변호사와 함께 판사 앞에 서자 검찰이 혐의사실을 읽어 내려갔다. 검찰 측 문서에 따르면 스트로스칸 총재가 저지른 6가지 죄는 △‘형사적으로 처벌되는 1급 성행위’ 2건 △1급 성폭행 미수 1건 △1급 및 3급 성희롱 각 1건 △2급 불법구금 1건 △강제 접촉 1건이다.

문서에는 “동의 없이 정보 제공자(피해자)의 가슴을 잡고 정보 제공자의 스타킹을 내리려 시도했다” “강제로 정보 제공자의 음부를 잡았다”는 피해자 측의 상세한 진술이 적혀 있었다. 또 “강제로 자신의 성기를 정보 제공자의 입에 두 차례 접촉했으며, 실질적인 물리력을 동원해 이러한 행동을 했다”는 말이 적시됐고 피해자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호텔 방문을 잠갔다는 진술까지 소개됐다. 외신들은 이 중 가장 심각한 1급 성행위 혐의만으로도 스트로스칸 총재가 25년형을 살 수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스트로스칸 총재가 프랑스로 도주할 우려가 있으므로 보석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변호를 맡은 벤저민 브래프먼 변호사는 “전과가 없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보석이 허용되면 파리로 돌아가지 않고 맨해튼에 살고 있는 딸과 함께 머물 것이며 부인이 오늘 오후 보석금으로 낼 100만 달러를 갖고 뉴욕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멜리사 잭슨 판사는 변호사에게 “당신의 의뢰인이 JFK공항에서 비행기에 앉은 채 붙잡혔다. 이는 도주 우려가 있다는 것 아니냐”며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이날 스트로스칸 총재는 변호인을 통해 자신에게 적용된 성폭행 미수 등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소용없었다.

심리는 26분 만에 끝났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악명 높은 뉴욕 라이커스 섬 구치소 독방에 수감됐다. 1932년에 문을 연 이 구치소는 라가디아 공항 근처 이스트 강에 위치한 168ha(약 1.68km²) 규모의 섬에 있다. 장기 구금자를 위한 교도소가 별도로 없는 뉴욕 시에서 재판이 계류 중이거나 형이 확정된 수감자들이 함께 구금돼 있는 곳이다. 하루 수감 인원이 평균 1만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로스칸 총재의 다음 법원 심리는 20일에 열릴 예정이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