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으로 시위대를 모집하고 젊은이들이 앞장선다. 군의 발포로 사상자가 발생하더라도 ‘비무장, 비폭력’ 원칙을 지킨다….
최근 중동 국가들에서 나타났던 민주화시위의 양상이 팔레스타인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자살폭탄테러와 치열한 시가전 등 극단적인 폭력이 만연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팔레스타인과 오랫동안 맞서온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서방세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수십만 명이 고향에서 쫓겨난 ‘대재앙의 날’인 15일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은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다 이스라엘군과 충돌해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아무런 무장을 하지 않았고 폭력행위라고는 기껏해야 이스라엘 진압군에게 돌을 던지는 정도에 그쳤다. 특히 이날 시위는 수개월 전부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 예고됐다. 올 초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튀니지 이집트의 시위방법과 유사하다. 시위 참가자들도 “우린 아랍의 민주화 시위에 고무돼 있다”며 이번 시위를 또 다른 ‘아랍의 봄’으로 부르자는 분위기다.
팔레스타인의 비무장 시위는 처음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 ‘1차 봉기(인티파다)’ 당시에도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에 맞서 거리행진과 총파업, 시민불복종 등 비폭력시위를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2차 봉기 땐 극렬 무장투쟁으로 성격이 바뀌면서 양측에서 70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나빠지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이번 팔레스타인 시위가 비폭력으로 전환된 것은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고 이스라엘의 부도덕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은 “팔레스타인이 테러리즘을 버리고 의도적인 비무장시위로 전환하면서 이스라엘의 대응이 쉽지 않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독재정권 대 민주화세력’의 대결이라는 중동 민주화 시위의 ‘선악 구도’와는 다르지만 자칫 평화시위를 유혈진압한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이 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인명이 희생된 데 유감을 표하고 양측의 자제를 촉구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은 불법 월경(越境)을 막을 권리가 있다”고 애매하게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새로운 중동정책을 발표하고 다음 날인 20일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이때 팔레스타인 현안에 대해 그가 어떤 발언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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