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서안-가자지구 돌려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국경선 1967년 기준으로’… 新중동플랜 전격 제안


2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백악관에서 만난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후 7번째 회동이지만 어느 때보다 냉랭한 만남이 될 것 같다.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외교안보 참모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중동 평화협상을 이끌 ‘통 큰 양보’를 결코 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너무 몰아붙인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다름 아닌 오바마 대통령이 19일 오후 발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선을 1967년 경계선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연설 내용 때문.

이 내용은 불과 발표 몇 시간 전에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에게 통보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네타냐후 총리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당장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존립은 이스라엘을 희생해서 얻어질 수 없다”며 1967년 경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오바마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열차가 서로 마주 보면서 달리는 형국”이라며 두 나라 간의 살얼음판 같은 상황을 묘사했다.

중동평화 협상을 본궤도에 올리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1967년 경계는 이스라엘이 3차 중동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과 요르단 서안, 가자 등을 점령하기 전 상태로 그동안 팔레스타인이 줄기차게 주장한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분쟁에서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주면서 무슬림 사회를 끌어안겠다는 포석이 담겨 있다. 이스라엘에는 안보를 약속하는 대신 팔레스타인에는 영토를 주겠다는 큰 틀의 제안을 통해 평화협상의 불씨를 되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연설에서 1967년 당시 국경선을 기준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은 당초 연설문 초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들 간에 이견이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막판 단계에서 결심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제안이 중동 평화협상을 추동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미국 정가의 최대 스폰서 중 하나로 꼽히는 유대인 후원자들이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재선에 기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도 비난에 나섰다. 내년 대선에서 강력한 공화당 후보로 거론되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버스 밑에 던져버렸다”고 했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배신했으며 통탄할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반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중동평화를 증진시키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환영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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