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여종업원에 대한 성폭행 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뉴욕 경찰에 체포된 지 닷새 만인 19일 미국 법원으로부터 보석 허가를 받았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20일 뉴욕 라이커스아일랜드 교도소에서 풀려날 예정이다.
19일 오후 2시 반경 맨해튼 뉴욕주대법원에 도착한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이전보다 훨씬 깨끗한 모습이었다. 체포 당시 입었던 옷과는 다른 회색 양복과 푸른색 셔츠 차림으로 면도도 하고 머리도 정돈했다. 법정 앞자리에는 부인 안 생클레르 씨와 컬럼비아대에 재학 중인 딸 카미유 씨가 앉았다. 카미유 씨는 전처와의 사이에 낳은 딸이다. 생클레르 씨는 16일 프랑스에서 남편의 보석금으로 낼 현금 100만 달러를 가지고 미국에 왔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만난 부인에게 자신의 입술에 손을 갖다댄 뒤 ‘후’ 하고 불면서 키스를 날렸다. 생클레르 씨는 가벼운 눈웃음으로 응대했다. 법정 앞자리에 앉은 생클레르 씨는 휴회 시간에 변호사에게 ‘남편은 어떠냐?’고 나지막이 물었으며 변호사는 “우울한 상태”라고 말했다. 딸 카미유 씨는 심리 도중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기도 했으며 카미유 씨의 왼편에는 그녀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뉴욕주대법원의 마이클 오버스 판사는 이날 심리에서 변호인이 신청한 대로 현금 100만 달러의 보석금 납부와 발목에 전자발찌를 차고 가택 내에서 24시간 감시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재판을 받는 동안 아내 명의로 빌린 맨해튼 소재 아파트에서 최소 1명의 무장경비원과 24시간 비디오 감시를 받아야 한다.
이날 스트로스칸 전 총재 변호인단은 그를 감시할 경비업체로 ‘스트로츠 프리드버그’를 택했다. 이 경비업체는 2008년 ‘폰지(피라미드식 금융) 사기’로 파문을 일으킨 미 증권 중개인 버나드 메이도프 씨가 보석으로 풀려났을 때에도 경비업무를 맡았었다. 오버스 판사는 무장경비원을 몇 명 둘지,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어떤 방문객과 만날 수 있는지 등은 경비업체가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모든 경비를 피고인이 부담하도록 명령했다. 비용은 한 달에 20만 달러(약 2억1800만 원) 이상 들 것으로 추정된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아파트에서 아내와 함께 묵을 예정이다. 여행과 관련된 서류일체도 반납하게 된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보석에 필요한 서류의 서명작업이 완료되는 20일에야 풀려날 예정이어서 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더 보내게 됐다.
심리에 앞서 대배심은 스트로스칸 전 총재를 성폭행 기도 혐의 등으로 공식 기소했다. 검찰은 대배심이 검찰이 신청한 1급 성폭행 미수 등 7건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고 밝혔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6월 6일로 예정된 다음 심리에서 유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1, 2년 정도 걸릴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한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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