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 서머스 씨(25)는 2006년 미국 오리건주립대의 촉망받는 투수였다. 하지만 그해 7월 뺑소니 사고를 당하면서 인생이 뒤엉켰다. 하반신 마비에 치료불가 판정. 3년 내내 재활에 매달렸지만 모두 실패였다. 그랬던 그가 최근 스스로 걷는 기적을 맛봤다.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와 루이빌대 공동연구팀은 19일 “뇌가 아닌 외부에서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하반신 마비 환자의 치료를 돕는 획기적인 방법이 마련됐다”고 발표했다. 서머스 씨가 그 첫 번째 주인공. 사고 뒤 발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던 그는 시술 후 스스로 일어섰고 무릎과 엉덩이를 움직였으며, 성기능도 일부 회복했다. 비록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였지만 걷기까지 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 기적의 비결이 “컴퓨터를 이용한 전기신호 자극”이라고 전했다. 보통 팔다리는 뇌가 신경을 통해 보낸 명령(신호)이 척수로 전달돼 움직인다. 대부분 신체마비는 이 신호체계 손상으로 일어난다. 연구팀은 뇌의 역할을 컴퓨터가 대신하게 만든 것. 이 장치를 고안한 레지 에저턴 UCLA 신경생물학 박사는 “컴퓨터를 척수에 연결해 반복적으로 전기 자극을 계속 보내 척수가 이를 뇌의 명령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어 마비된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 치료법이 상용화되면 신체마비 환자 가운데 10∼15%는 재활이 가능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아직 확신보다는 조심스레 지켜볼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일단 서머스 씨는 트레드밀 위에서 겨우 몇 분 걸었을 뿐이다. 게다가 전기자극이 지속돼야만 움직일 수 있다. 그가 타고난 건강체질에 끊임없이 노력한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서머스 씨는 “모두가 고개를 저었어도 포기하지 않았다”며 “꼭 다시 야구장에서 공 던지는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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